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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다섯째 청명(淸明)이고, 내일은 전통 4대명절의 하나였던 한식이다. 이렇게 청명과 한식이 같은 날이거나 하루 차이여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생겼다. 이날 성묘를 한다. 옛날에는 한 해에 네 번, 곧 봄에는 청명, 여름에는 중원(中元, 음력 7월 15일), 가을에는 한가위, 겨울에는 동지에 성묘했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청명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친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졌다. 꺼지기 쉬운 불이어서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다. 그래서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청명은 날씨와 관련된 속신이 많다.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기대하는데 파도가 세게 치면 물고기가 흔하다고 믿는 곳도 있다. 이에 견주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해 농사에 풍년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에 시원치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청명에는 ‘청명주(淸明酒)’를 담아 먹었는데 ‘춘주(春酒)’라고도 한다. 찹쌀 석 되를 갈아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 세 홉과 밀가루 한 홉을 넣어 술을 빚는다. 다음날 찹쌀 일곱 되를 깨끗이 씻고 쪄서 식힌 다음, 물을 섞어 잘 뭉개어서 독 밑에 넣고 찬 곳에 둔다. 이레(7일) 뒤 위에 뜬 것을 버리고 맑아지면 좋은 술이 된다. 또 이때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그기도 하고, 서해에서는 곡우 무렵까지 작지만 연하고 맛이 있는 조기잡이로 성시(盛市)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쁜 손녀 세상 나온 날 / 할배는 뒤란에 오동나무 심었다 / 곱게 키워 / 시집보내던 날 / 아버지는 / 오동나무 장 만들고 / 할매와 어머니는 / 서리서리 고운 꿈 실어 / 담아 보냈다.”

 

 

위는 이고야 시인의 <오동나무>라는 시이다. 청명 때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시집갈 때 농짝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는데 이를 “내 나무”라고 부른다. 또 연정(戀情)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식목일도 따지고 보면 예부터 나무심기 좋은 절기를 따르는 셈인 것이다. 우리 겨레가 나무를 심으면서 즐겁게 불렀을 나무타령도 있다.

 

“청명 한식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 거짓 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 편 양편나무, 입 맞추어 쪽나무, 양반골에 상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무 데나 아무 나무…….”

 

제주도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어서 손(날수를 따라 여기저기로 다니면서 사람을 방해한다는 귀신)이 없어서 특별히 택일(擇日)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하거나 집 고치기를 비롯해 아무 일이나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예부터 청명과 한식날은 다양한 풍습이 이어져 왔으나 지금은 식목일만 두드러지고 있어서 상황이라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