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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다 "추신"을 달아도 되나요?


시에다 <추신>을 달아도 되나요? 

 

시에다 추신을 달아도 되나요? 어떤 분은 된다. 그러고 어떤 분은 안된다 하는데... 쓰는 게 안 좋을까요? 저는 시의 길이나 운율상 추신을 자주 썼는데 쓰자니 좀 더러운 것 같고 안 쓰자니 표현이랄까 좀 아쉽고...원래 시엔 덧붙이기가 넘 힘들고요. 그냥 포기해야 할까요? 고민입니다. -네이버- 

시를 쓰는 사람은 “시어”에 고민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추신” 때문에 고민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다 못쓰면 수필로 바꾸든지 장편 소설로 풀어낼 일이지 무슨 군더더기 “추신”이 필요할까 싶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엮으면 책 열권으로도 모자란다는 사람이 있는데 많은 사람은 평생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뜬다. 쓸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다 보면 되레 못쓰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시에서 “추신”이 필요할까? 위 질문에 바로 답한 어느 누리꾼의 답을 들어보자. 

시는 개인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표현이 아쉬워서 추신을 단다면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쉬운 표현이 있다면 그 표현을 시 속에 잘 녹여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힘들 것 같다면 그 표현은 과감히 버리시거나 다음 작품을 창작할 때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추신으로 달아 버리는 것은 안 될 일이죠. -네이버- 

시인인가 보다. 시인이 아닌 사람이라면 이런 답이 나올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시에 녹여 내든지 버리든지 하라.” 멋진 말이다. 시란 간단명료하면서도 통쾌해야 한다. 그것은 겨울철 살얼음 뜬 동치미 국물 같은 시원함이 있어야 한다.  

박완서의 <미망> 중에 “이렇게 곧잘 끝마쳐 놓고 나서 추신에다 ‘경우가 같은 일본 땅에서 고생하고 있다.’라는 얘기를 덧붙였다.”란 말이 나온다. 일테면 “추신에다 ~을 덧붙였다.”라는 꼴인데 여기서 “추신(追伸)”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로 보자. 

추신(追伸/追申) : 뒤에 덧붙여 말한다는 뜻으로, 편지의 끝에 더 쓰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 그 앞에 쓰는 말. ≒재계02(再啓)ㆍ추계02(追啓)ㆍ추백(追白)ㆍ추진01(追陳)ㆍ피에스01(PS). 

덧붙이는 말 이외에 이 말의 말밑(어원)은 말하지 않고 있다. 검색창에서 “추신”의 용례를 찾으려고 써 넣으니 야구선수 “추신수” 가 먼저 뜬다. 추신수도 아닌데 무슨 추신이란 말인가!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서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추신”을 묻는 시인 지망생이나 답을 준 시인이나 소설가나…. 모두 말의 연금술사들인데 이런 한자말 대신 아름다운 우리말이 없을까를 생각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들이 앞장선다면 벌써 우리말 속에 일본말찌꺼기, 한자말 찌꺼기는 물론, 워킹맘, 갈라쇼, 블루오션...같은 외래어 남발은 어림도 없었을 텐데……. 끝 간 데 모르는 한국어의 생채기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국립국어원의 “순화어”에 보면 “추신”을 “붙임”으로 순화하라고 해 놓았다. 그러면서 이는 행정어이며 “붙임”이나 “추신” 둘 다 쓸 수 있다고 해 놓았다. 이런 걸 두고 뜨뜻미지근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순화를 할양이면 앞으로 추신은 쓰지 말라 할 일이지 둘 다 써도 된다 할 것 같으면 무엇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순화어를 정리”했는지 알 수 없다. 또 한 가지 지적은 어째서 이 말을 순화하라는 것인지가 미흡하다. 오래 쓰던 이 말이 어디가 어때서 "순화” 곧 고쳐 쓰라는 것인지도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누리집(홈페이지)을 새로 단장했지만 여전히 일본말 찌꺼기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추신(追伸/追申)”을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林> 풀이로 보면,

つい‐しん【追伸/追申】 : 手紙などで、本文のあとに、さらに書き加える文。また、その初めに記す語。なおなお書き。追って書き。追啓。追陳。二伸。追白。 

우리말로 바꾸면, “츠이신, 편지 등에서 본문 뒤에 추가로 붙여 쓰는 글, 문장”으로 나와있다. 지금 우리가 이 뜻으로 들여다가 쓰고 있는 말이다. “츠이신”이란 일본말 발음을 쓰지 않고 “추신”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대절(貸切,가시기리)버스”니 “추월(追越, 앞지르기)”…. 이런 것이 다 일본사람들이 쓰는 한자말을 들여다 쓰는 것이다. 

단어 하나라도 고운 우리말, 토박이말, 정겨운 말로 고치려는 노력을 우리 국민이 해야 할 때다. 누가 해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