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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도 역시 일본말, "들어옴"으로 바꾸자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3)]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안녕하세요. 저희 곤충농장에 새로 아래와 같은 생물이 입하되었습니다. 1.그린보틀블루 유체 2. 베네쥬엘라 선타이거 유체 3. 차이니즈 엘로우렉 센티패드 4. 셀먼핑크버드이터 유체(소) 일단 새로 들어온 파충류 종류를 안내해드렸습니다. 이외에 새로운 생물들이 조만간 더 입하될 예정이니 많은 성원부탁드립니다. 위의 종들은 이틀에 걸쳐서 쇼핑몰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다음-

 이름도 생소한 이런 생물들을 <입하>해서 무엇에 쓰려나 모르겠다. 듣도 보도 못한 곤충이름을 보자니 예전에 일본의 한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개그맨 등 대여섯 명의 출연진이 리포터가 찍어온 “희한한 생물을 키우는 집”을 소개하는 화면을 보면서 키득거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원숭이, 이구아나, 장수하늘소.. 같은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리포터는 호들갑을 떨며 그 집을 샅샅이 비춰주는데 그날은 30대 독신녀 자취집이 화면 가득히 나오고 있었다. 이 여자는 혼자 살면서 방 가득히 뱀통을 들여다 놓고 희귀한 뱀을 키우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월급을 받으면 뱀을 사들인다고 했다. 그러하듯이 위 예문의 ‘수입생물’들 역시 국내의 희귀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팔려나갈 것이다. 

이불이나 백화점 숙녀복 따위의 신상품이 들어와도 <입하>, 곤충농장 새식구가 들어와도 <입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입하(入荷): 짐이나 상품 따위가 들어옴. 또는 그것을 들여옴. ‘들어옴’, ‘들여옴’으로 순화.’하라고 되어있다.

 ‘입하’의 반대말은 출하이다. ‘출하(出荷):「1」짐이나 상품 따위를 내어보냄. 「2」생산자가 생산품을 시장으로 내어보냄. 실어 내기로 순화.’로 나와 있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にゅう‐か【入荷】 : 商店や市場に品物がはいること。「新製品が―する. 번역하면, ‘뉴카, 상점이나 시장에 물건이 들어오는 것, 신제품을 입하하다.’로 되어 있다.

 

   
 

요새는 특히 의류제품을 새로 가게에 들여놓았을 때 “여름 신상품 입하” 같은 말로 많이 쓴다. “신규곤충하”는 “새 곤충 들어옴”으로, “여름 신상품 입하”는 “여름 새옷 들어옴” 같은 말로 바꿔 쓰면 촌스러운 걸까?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