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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자전거 평화기행

종이와 통하다 [강은숙의 닥종이이야기 1]

[그린경제=강은숙 기자]  '견오백지천년(絹五百紙千年)' 곧 “비단은 오백년을 가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는 말이 있다. 수 천 년을 지켜온 우리의 종이문화는 비단보다 한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지작업을 하면서 요즈음 들어 종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럽고 얼굴에는 늘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느껴가고 있다. 내 주변에는 평생 동안 닥종이를 만들고 있는 장인에서부터 종이접기, 종이 공예를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이들에게서는 어딘가 모를 천진난만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 무궁정광대다라니경(751년, 국보 제 126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내가 닥종이 인형을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전쯤의 일이다. 닥종이 인형을 처음 접했을 때 다른 미술 전시회에서 볼 수 없었던 소박하면서도 뭔가 크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고백하자면 그 순간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닥종이를 손에 쥐면 미소가 번져오고 잔잔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옴을 느낀다. 

조상의 손끝에서 마음으로 이어져온 한지의 그 무엇이 이렇게 나를 편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한지와의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겨레의 숨결을 간직한 우리종이의 우수성을 널리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또한 내 스스로 그 주춧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 물놀이

“일반 종이와 한지는 뭐가 다를까?” 하고 나는 종종 동료 작가들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부드럽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어르신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과거 어느 집이나 창호지문을 쓰던 시절의 향수를 더듬으며 한지가 주는 따스한 정서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그렇게 정겹던 우리의 한지문화는 주거공간의 급격한 변화로 창호문이 사라지면서 이제 손쉽게 만져보고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오랜 세월 한지가 주는 온화한 정서를 그리워하는 세대인 어르신들도 하나둘 사라지면 이제 누가 우리 종이의 아름답고 따스한 정서를 말해줄까?

 

   
▲ 땡갈 - 시작을 알리는 소리

앞으로 연재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파피루스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종이, 닥종이, 한지의 다양한 쓰임 그리고 역사적인 문헌과 서신, 생활용품 등은 물론이고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같은 불경 기록과 더불어 닥종이 유물 소개 그리고 닥종이로 만드는 고난이도 종이접기 표현 등 우리의 종이문화를 하나하나 소개해 나갈 것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