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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교복으로 입게 한 "몸뻬"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4)]

[그린경제=이윤옥문화전문기자]  “몸뻬를 이 년 전에 시누이가 하나 사주면서 배추농사할 때 입고 같이 하자는 걸 쳐박아 두었다. 며칠 전에 꺼내서 입기 시작했다. 몸뻬란 일본말이지 싶다.막입는 바지, 허드렛바지를 가리키는 말 같지만 나는 왠지 몸뻬라는 말이 정겹다.” -다음- 


몸뻬라는 말의 향수에 젖어있는 어느 누리꾼의 글이다. 정겹고 편한 말이라 그냥 쓰겠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사실 몸뻬처럼 편한 바지도 없다. 외할머니는 역시 몸뻬가 편하다며 딸들이 사다 준 좋은 치마를 마다하고 시장에서 알록달록한 몸뻬를 즐겨 입곤 하셨다.

 

  

                        ▲ 일상복이 된 시골 아주머니들의 몸뻬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몸뻬(←<일>monpe) : 여자들이 일할 때 입는 바지의 하나. 일본에서 들어온 옷으로 통이 넓고 발목을 묶게 되어 있다. ‘왜 바지’, ‘일 바지’로 순화”라고 되어 있다. 허드레 바지로 즐겨 입는 몸뻬는 겨울철이면 누비로 된 것도 있는데 따숩고 싼 것이 장점이다.


 우리네 고쟁이와 빼닮은 몸뻬는 펑퍼짐하다가 밑에 내려가면 조붓해지는 것이 영락없는 고쟁이다. 그런데 일본여자들은 그걸 겉옷으로 입고 조선여자들은 안에다 입었다. 그러던 것이 일본 몸뻬가 들어오면서  겉옷으로 입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정이 들어 “그리운 몸뻬 타령”까지 나오는 것이다. 


 일본국어대사전《大辞林》에는 “<もんぺ> 山袴(やまばかま)の一種。袴の形をして足首の所でくくるようにした、ももひきに似た労働用の衣服。主に農山村の女性が用いる。 防寒用を兼ねる。”라고 나온다. 번역하면, “몸뻬, 허드레 바지(산이나 들일 할 때 입는 바지)의 일종. 하까마(일본바지) 모양으로 발목 부분을 묶도록 했다. 타이즈와 닮은 노동용 의복. 주로 농,산촌 여성이 입는다. 방한용을 겸하기도 한다.”이다.


몸뻬의 원형은 모모히키(ももひき)라고 해서 엉덩이 쪽은 헐렁하고 종아리로 내려오면서 조붓해지는 타이즈 모양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것은 풍신수길 시대에 포르투칼에서 전해진 “칼사오”라는 옷을 모방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마츠리 때 남자들이 입는다.  


몸뻬는 1938년 4월 1일 공포한 국가총동원법에서 한때 조선여자들에게 강요한 적이 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는 국가총동원법(1938)과 비상시 국민생활개선기준(1939) 등을 통해 허리와 발목 부분을 고무줄로 처리한 부인 표준복 몸뻬(もんぺ)를 입으라고 강요하고, 화려한 화장과 파마를 금지시켰다. 심지어 1944년엔 몸뻬를 입지 않으면 버스와 전차도 못 타고, 관공서나 극장도 드나들지 못하게 했으며, 여학생 교복으로도 입게 한 게 국민복 몸뻬다.


당시 언론들도  일제의 몸뻬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는데 매일신보 1942년 6월 13일 치에는 “몸뻬는 조선 부인이 입는 옷과 비슷한 점이 많다.”라고 하면서 거부감을 덜어주려했으며 잡지 <신여성> 1944년 11월호는 “나라가 원하는 여성이란 근검과 절약을 실천하고, 나라와 사회를 위해 자기의 욕구를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이라며 몸뻬 입기를 부추겼다.


지난시절 조선에서는 속옷으로만 입었던 고쟁이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변신하여 이제는 시골 아줌마(?)들이 즐겨 입는 옷으로 정착 되었다. 입지 말자는 게 아니라  몸뻬의 유래라도 알고 입었으면 한다.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