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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례는 기미가요,궁성요배 따위를 가리키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5)]

[그린경제= 이윤옥기자]  한국에서는 3․1절이나  8․15 광복절은 물론이고 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국가 주요 행사 날에는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있는데 '국민의례(國民儀禮)'가 그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국민의례를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따위의 순서로 진행한다"라고 점잖게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쓰던 말이다. 《영남판교회100년사, 霊南坂教会100年史》에 따르면 "国民儀礼(こくみんぎれい)とは、日本基督教団が定める儀礼様式のことで、具体的には宮城遥拝、君が代斉唱, 神社参拝」である。"라고 정의하고 있다.

 

   
▲ 국민의례란 기미가요,궁성요배,신사참배의 세가지 행위를 말하는 것임(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번역하면 "국민의례란 일본기독교단이 정한 의례의식으로 구체적으로는 궁성요배, 기미가요제창, 신사참배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영남판교회(霊南坂教会)란 1879년 교토 동지사대학(京都 同志社大學) 출신의 목사인 고자키히로미치(小崎弘道) 목사가 세운 교회로 이 교회는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자발적으로 대일본종교가대회(大日本宗教家大会)를 열어 전쟁에 협력 할 것을 표명한바 있으며 제국주의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했던 교회이다. 

이들이 말하는 국민의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종이 울리면 회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동자세를 취한다.
(鐘鳴る 会衆起立、不動姿勢を取る)
2. 교직자가 입장한다.
(教職者入場)
3.종이 멈추면 회중들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궁성(천황이 있는 곳)을 향한다.
(鐘止む 会衆右向け宮城を向く)
4.기미가요(국가)가 연주되면 모두 허리를 구부려 경례자세를 취한다.
(国歌奏楽 総員最敬礼)
5. ‘기미가요아요오와’까지 마치면 모두 바로자세를 취하고 수그렸던 윗몸을 바로 세운다. 기미가요 연주 중에는 출정군인, 상이군인, 전몰군인 및 유가족을 위해 그리고 대동아전쟁완수를 위하여 묵념한다.
(キーミーガーアーヨーオーハー まで済むと総員直れ、上体を起こす
国歌奏楽中 そのまま黙祷(出征軍人 傷痍軍人戦没軍人並遺族の為、又大東亜戦争完遂の為)
6.기미가요 연주가 끝난다. 회중은 궁성을 향하던 몸을 원위치 한다.
(国歌奏楽終る 会衆左向け)
7.교직자가 착석하면 회중도 착석한다.
(教職者着席, 会衆着席)
8.예배 개시 연주(찬송가)를 시작한다.
(礼拝開始奏楽始まる)

이와 같이 국민의례란 말은 일본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말이며 그 핵심은 궁성요배, 기미가요, 신사참배에 있는 것이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한 것처럼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더욱 한심 한 것은 글쓴이가 2012년 11월 15일자로 국립국어원에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었다.

   
▲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의례를 단순히 국민+ 의례라고 보고 있다.

 제는 이러한 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국어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만든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http://www.korean.go.kr)에 올라와 있는 일본말 어원 질문은 거의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쓴이가 현재 한국의 각종행사에서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부르기, 묵념 같은 것을 하지 말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 ‘국민의례’를 구태여 써야 하는가 하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국립국어원이 이 말을 단순히 '국민+의례'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라고 본다. 해결책은 '국민의례'라는 말을 빼고 구체적으로 애국가부르기(제창),국기에 대한 절(경례)만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