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오키나와 자전거 평화기행

복잡한 현대, 제사는 어떻게?

[전통예절, 오해와 이해 5]

[그림경제=육철희 기자] 고래에 따르면 "제왕은 하늘을 제사 지내고, 제후는 산천을 제사지내며, 사대부(士大夫)는 조상을 제사지낸다.'고 했다. 제사 지내는 대상에 따라서도 그 이름을 달리했는데 하늘의 귀신(天)에 대한 제사는 ‘사(祀)’, 땅의 귀신(地)에 대한 제사는 ‘제(祭)’, 문묘의 공자에 대한 제사는 ‘석전(釋奠)’, 그리고 사람 귀신(人鬼)에게 지내는 제사는 ‘향(享)’이라 하였다.  

모시는 대상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장소도 달리했는데 하늘에 대한 제사는 원구단(圓丘壇), 땅과 곡식에 대한 제사는 사직단(社稷壇), 농사를 관장하는 농신(農神)에 대한 제사는 선농단(先農壇), 누에를 관장하는 신에 대한 제사는 선잠단(先蠶壇)에서 지냈다. 왕실 조상에 대한 제사는 (宗廟), 공자를 비롯한 선현의 제사는 문묘(文廟)에서 지내고, 일반 백성들은 사당(家廟)이나 대청, 안방 등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 전통제례를 지내는 모습


조상을 제사 지내는 의식절차가 제의례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존재하게 한 근본에 보답해야 할 것이고(報本之禮) 그것이 효도(孝道)이다. 효도란 부모와 조상을 극진한 정성과 공경으로 섬기는 일인데, 살아계신 조상을 지성으로 섬기면서 돌아가신 조상을 잊는다면 도리라 할 수 없다. 자기존재에 대한 보답은 조상이 살아계신 동안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살아있는 한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계신 조상 섬기듯이 뫼시는 것(事死如事生)이며, 그와같이 효도를 계속하는 것이 제의례 이다. 

도덕윤리가 무너지고 효친 경로사상이 희박해지며 탈선 청소년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조상을 섬기는 제의례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조상에 대한 제의례는 문자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듯한데 처음에는 조상의 화상을 그려서 모시고 지냈는데 털끝 하나만 틀려도 조상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방을 쓰게 된 것이다. 요즘은 사진과 지방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는데 사진이나 지방 하나만 써도 된다. 

제사를 드리는 대상을 몇대까지 하느냐에 대해서도 집안마다 다른데 고려와 조선시대까지는 품계에 따라 차등을 두었으나,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 신분제도의 철폐로 고조부모까지 4대 봉사를 하였다. 1969년부터는 정부가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하여 2대인 조부모까지 제사지낼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그대로 따르는 경우는 별로 없고 집안마다 다르게 하고 있다.

봉사 대수를 줄여 제사를 지내거나 여러 봉사대수의 기제를 한날로 정해 한 번에 지내는 등 제사를 간소화하는 까닭은 첫째,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이농과 고령화, 둘째, 인구 팽창과 핵가족화, 셋째, 제사와 조상에 대한 생각의 변화, 넷째, 다음 세대로의 세대교체, 다섯째, 후손들의 생업과 관련한 편의문제, 여섯째, 부모 부양의식의 약화, 일곱째, 비용문제, 여덟째,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인한 것이다. 

   
▲ 종가 제레 장면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제는 제사를 몇대까지 지낼 것인지, 여러 대의 기제사를 하루에 한꺼번에 할지 월별로 모아서 할지 등을 각 집안마다 충분히 의논을 하여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정해서 하면 될 것이다.

매년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를 예전에는 자시(子時:밤11시~새벽1시)에 지냈으나 시대와 일상생활의 변화로 시간을 앞당겨 저녁 8시~10시 사이에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제로 귀신이 와서 제사밥을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제사 참여자들의 편리를 위해 편리한 시간대를 택해서 지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것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시간을 조정하는 것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고 제사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신을 이어간다면 가족간에 의논을 해서 현대 생활에 맞게 적당한 시간을 정해 지내는 것도 크게 어긋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안에 따라 아들과 딸이 조상의 제사를 해마다 돌아가며 지내는 윤회봉사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설과 추석 차례를 합동으로 지내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수용해봄직 하다.  

제수를 어떻게 차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가가례(家家禮)라고 하여 집안마다 다르게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제상차림은 다른 예에 비해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제상의 제물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고인이 생시에 즐겨 드셨던 음식을 올려놓기도 한다. 제수의 진설 방법이나 절차도 지방과 가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조율시이(棗栗枾梨),좌포우혜(左脯右醯),어동육서(魚東肉西),홍동백서(紅東白西), 두동미서(頭東尾西) 등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제수 진설은 기본 제수상 차림을 참고해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집안의 형편에 따라 가족간에 의논해서 정하면 되는 것이다. 

제사는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여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고 태어난 근본에 보답하는 정성의 표시이자 가족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자리이기도 하므로 원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지냄으로써 조상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조상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다짐의 의미를 잘 살려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