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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끼만두는 군만두로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7)]

[그린경제=이윤옥문화전문기자]  군만두, 찐만두 같은 만두 말구요. 떡볶이 먹을 때 많이 넣어먹는 야끼만두는 어떻게 만드는가요?  일단 안에는 당면이 들어가는 거 같은데 그럼 그 바삭바삭한 껍데기는 그냥 밀가루로 만드나요?  -다음-  

뜻밖에 인터넷에는 ‘야끼만두’에 대한 글이 많다. 야끼만두 맛있는 집, 맛있게 만드는 법 등등 관심이 꽤 크다. 그런데 위 예문을 보면 군만두와 야끼만두를 서로 다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끼만두’란 대관절 무슨 만두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야끼만두(←<일>ya[燒]ki饅頭) : 군만두”라고 해놓았다. 야끼만두는 '야꾸+만두'로 일본말 야꾸<焼く,やく, yaku>는 굽다, 태우다, 지지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 한국의 군만두(야끼만두)

 ‘야꾸’라는 낱말 하나가 ‘굽다, 지지다, 태우다’ 등을 나타낸다는 것은 그만큼 요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1) 김을 재다, 굽다 2) 부침개를 지지다, 부치다 3) 빵을 굽다 4) 낙엽을 태우다 5) 만두를 굽다 6)숯을 굽다 등에 해당하는 말이 ‘야꾸’인 것이다. ‘야끼’는 이것의 명사형이다. 

   
▲ 일본의 야끼만쥬

부침개를 부친다는 말이 나오니 문득 10여 년 전 와세다대학에 연구원으로 가 있을 때 일이 떠오른다. 도쿄의 한 지역신문에서 구청주부들을 위한 김치강좌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구청 담당자로부터 준비물에 대한 문의가 왔기에 참석자 숫자만큼의 배추와 기타 김치재료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김치 강습 후에 부침개라도 부쳐 먹을까 싶어서 부침개 재료도 부탁하고는 약속날짜에 구청의 요리교실로 갔다.

 김치에 관심이 많은 주부 이십 여명이 앞치마를 두르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배추 절이는 것부터 가르쳐줄 요량으로 배추를 한 사람당 한 포기씩 각자 요리대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니 아뿔사! 준비된 배추는 달랑 1포기 밖에 없다. 영문을 물으니 담당자가 하는 말이 일본 슈퍼에는 통으로 파는 배추가 없으며 있다하더라도 20포기를 파는 슈퍼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배추 한포기 준비해달라는 것으로 잘 못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김치 담그기를 하려면 직접 자신이 만들어 봐야하는데 준비된 배추가 부족하여 방법만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부침개를 부치는 시간이었다. 구청 요리 실습실에는 평소 주부들이 지역의 요리전문가를 초청하여 요리공부를 하고 있는 듯 자잘한 요리 기구들이 많이 갖추어져 있었다. 일본에도 우리의 부침개 비슷한 게 있는데 오코노미야키가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침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최대한 집에서 부쳐 먹는 식으로 반죽법과 놀놀하게 지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후라이팬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놓고 뒤집을 때가 되어 ‘자자, 반죽 가장자리가 요렇게 지져지면 부침개를 잘 뒤집으세요.’ 라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지지다’라는 일본말이 떠오르질 않는 것이었다. 

그때 후라이팬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젊은 주부가 ‘야끼마시타라(지져지면)’ 라는 말을 대신 해주는 것이었다. 아뿔싸! 야끼만두의 그 ‘야끼’였다. 일본식대로 직역하면 ‘굽다’였기에 내가 미처 ‘지지다’로 생각 못한 것이었다.

 지지미를 지지다, 파전을 부치다라는 말이 있는가하면 시금치를 데치고 달걀을 삶으며 뼈를 고고, 콩을 졸이고, 약을 달이고, 차를 끓인다고 하는 말이 각각 따로 있는 우리말에 견주어 일본말은 지지고, 부치고, 굽는 것은 ‘야끼(焼き)’이고 달이고, 졸이고, 끓이는 것은 ‘센지루(煎じる)’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대장금'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듯  한국어에는 조리할때 쓰는 말이 일본어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 그냥 군만두 하면 될 것을 구태여 '야끼만두'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까탈스런 사람은 음식이름에 너무 알레르기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소바’를 메밀국수라 하고 ‘스시’를 초밥, ‘사시미’를 생선회라고 하듯이 우리말로 바꿔 부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참고로 ‘야끼’가 들어가는 일본 음식에는 야끼소바 (볶음국수), 오코노미야끼(부침개,지지미), 야끼니꾸(불고기), 뎃판야끼(철판구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