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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는 '분재'라 하지 않았다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7)]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 눈 쌓인 산 흐린 햇빛에 희미할 텐데 / 雪嶺迷煙日
어찌하여 이 와분에 와 있단 말인가 / 胡然在瓦盆
작은 먼지가 국토를 포함한다더니 / 微塵含國土
이게 바로 완연히 한 개 천지로구나 / 宛爾一乾坤

 위 시는 고려 말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시고, 제19권≫에 나오는 시이다. 시 제목은 “영분송, 詠盆松”인데 국역한 사람이 “”을 분재’라고 옮겨놓았다. 또한 중종실록 9권, 4년(1509)에도 분재 기사가 보이는데 “장원서(掌苑署)가 분재(盆栽)한 국화를 올리니, 전교하기를, 전일에 상전(上殿) 외에는 잡화(雜花)를 올리지 말라는 것을 이미 분부했는데, 어찌하여 이 꽃을 올리느냐?” “掌苑署進盆菊。 傳曰: “前日上殿外, 勿進雜花事, 已敎之, 何以進此花耶?”라고 나와 있다.

   
 

 원문의 ‘분국, 盆菊’을 국역본에서는 ‘분재한 국화’라고 해놓았다. 한국어 위키 백과에 따르면 “분재 : 중국, 일본, 대한민국 등의 전통 예술로 중국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중국에서는 약 2,000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서기 1,300년경에 일본에 전파되었다. 한반도에는 서기 7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당나라나 송나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Bonsai라는 영어식 표기는 분재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계 분재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산이 차지하고 있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사전대로라면 한반도가 일본보다 분재 역사는 길다. 그런데 왜 ‘분, 盆’을 버리고 ‘분재, 盆栽’를 택한 것일까? 분재인 들이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분재 풀이를 보면 “분재(盆栽) : 화초나 나무 따위를 화분에 심어서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꿈. 또는 그렇게 가꾼 화초나 나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 말의 말밑(어원) 풀이이다.

글쓴이가 국립국어원에 ‘분재 어원’을 물어 보았더니 2009년 10월 5일자로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한자어인 ‘분재’의 어원에 관해서는 ‘분재’의 원어인 ‘盆(동이 분)’과 ‘栽(심을 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자료를 검토하였으나, ‘분재’의 어원에 관하여, ‘분재’의 원어가 말해 주고 있는 것 이상으로 드릴 수 있는 정보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 온라인가나다 -

 분재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면, 분재(본사이, bonsai)’는 일본에서 쓰는 말로 이 말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는 ‘분, 盆’이라고만 썼으며 분재 역사 또한 길다. 일본 분재역사는 700년, 한국의 분재역사는 무려 일본의 갑절에 해당하는 1300년에 이른다.  하다못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분재라는 말은 일본말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말에서는 분(盆)이라고 썼다”라는 말이라도 덧붙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