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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꼬부부는 앵무새부부다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49)]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우리 고전에 보면 부부금슬이 좋은 것을 가리켜 “한 쌍의 원앙”에 견주고 있는 예가 많다. 또한 “원앙금침”이란 말도 자주 쓰였는데 고려시대에 네 번이나 재상자리에 올랐던 ≪역옹패설≫을 지은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그의 ‘칠석’이란 시에서 “원앙금침”을 노래했다. 

끊임없이 바라보아도 만나기가 어렵더니 / 脈脈相望邂逅難하늘이 오늘 저녁 한 차례 모이도록 하는구나 / 天敎此夕一團欒오작교 밑의 넓은 물 한스러운데 / 鵲橋已恨秋波遠원앙금침 위에 밤 어이 견딜까 / 鴛枕那堪夜漏殘

 이렇게 예부터 고전에서 줄기차게 써오던 “원앙”이 부부사이의 금실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에 대한 한마디 설명도 없다. 풀이를 보자.

'동물' 오릿과의 물새. 몸의 길이는 40~45cm이고 부리는 짧고 끝에는 손톱 같은 돌기가 있다. 수컷의 뒷머리에는 긴 관모가 있고 날개의 안깃털은 부채꼴같이 퍼져 있다. 여름 깃은 머리와 목이 회갈색, 등은 감람색, 가슴은 갈색 바탕에 흰 점이 있다. 여름에는 암수가 거의 같은 빛이나 겨울에는 수컷의 볼기와 목이 붉은 갈색, 가슴이 자주색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참으로 멋없는 설명이다. 신혼부부의 베개에 원앙을 수놓을 만큼 오래전부터 써오던 부부금실의 대명사인 '원앙새'를 국립국어원에서는 몰랐던 것일까? 그에 반해 일본사전의 원앙새(오시도리) 설명에는 “부부 등의 남녀가 사이좋게 항상 같이 있는 것, 또는 그러한 남녀 “원앙부부”(夫婦などの男女がむつまじく、いつも一緒にいること。また、そういう男女のたとえ。「―夫婦」)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일본 문학작품의 “원앙부부”예문도 친절히 싣고 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원앙새 설명에 부부금실이 좋은 새라는 이야기는 넣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본말 잉꼬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 잉꼬부부는 앵무새부부라는 뜻으로 우리는 옛부터 원앙새를 부부금실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림 한국화가 이무성)

 "잉꼬(일본어, inko, 鸚哥) : 1.앵무과의 앵무속 이외의 대부분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우관이 없고 몸빛은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따위이다. 2.앵무과의 새. 몸의 길이는 21~26cm이다. 머리 위는 노란빛, 뺨에는 푸른빛의 굵고 짧은 점이 한 쌍 있으며, 그 사이에 둥근 점이 두 쌍 있다. 허리·가슴·배는 진한 초록색이고, 꽁지는 가운데의 두 깃은 남색이며, 그 외는 노란색이다"

 위와 같은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도 금실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지적은 없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원앙부부” 대신 일본말 “잉꼬”에 “부부”를 붙여 “잉꼬부부”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쓰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보면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연예계에서 잉꼬부부로 통하죠. 참 부러워요. 요즘 시대에 이렇게 열심히 기부하고 재미있게 사는 부부들이 얼마나 될까요?” 같은 예문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잉꼬(앵무새)는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태종실록 12권, 6년(1406)에 보면 “남번(南蕃)의 조와국(爪哇國) 사신 진언상(陳彦祥)이 전라도 군산도(群山島)에 이르러 왜구에게 약탈을 당했다. 배 속에 실었던 화계(火雞) ·공작(孔雀)·앵무(鸚鵡)·앵가(鸚哥)·침향(沈香)·용뇌(龍腦)·호초(胡椒)·소목(蘇木)·향(香) 등 여러 가지 약재와 번포(蕃布)를 모두 겁탈 당했다”라고 나온다.

 이를 보면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도 조류수입업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매우 흥미로운 기록이다. 여기서 조와국(爪哇國)은 지금의 인도네시아 자바(Java), 화계(火雞)는 타조, 앵가(鸚哥)는 앵무를 가리킨다. 이 기록을 통해 앵무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꽤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오래 전부터 원앙(오시도리)과 앵무(잉꼬)를 뚜렷이 구분할 줄 알았건만 지금에 와서는 잉꼬를 원앙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