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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호우(豪雨)가 아니라 대우(大雨)라 했다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50)]

[그린경제= 이윤옥문화전문기자]  지난 2010년 인천시 누리집에는 "인천시, 집중호우 피해기업 재해복구자금 지원에 나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남부지방에 내린 큰비를 언론들은 모두 "집중호우"라고 보도했다. 집중호우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호우(豪雨) :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 ‘큰비’로 순화”하라고 되어 있다. 순화하라는 것은 이 말이 일본말이기 때문이지만 국어사전은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 2010년 인천시 누리집에 올라온 "호우"라는 글과 사진

비를 가리키는 우리말은 많다. 장맛비, 억수장마, 장대비, 소나기, 보슬비, 이슬비, 안개비, 여우비, 단비, 가랑비, 떡비, 큰비.... 얼추 떠오르는 비만 해도 열이 넘는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ごうう【豪雨】:激しい勢いで大量に降る雨。雨量がきわだって多い雨にいう。「集中―」”으로 나와 있는데 국어사전이 그대로 베꼈으므로 번역은 생략한다. 그렇다면, 예전에 우리 겨레는 ‘호우’를 뭐라고 썼을까? 《조선왕조실록》에 ‘호우’는 순종실록에 딱 한 번 나오는데, 이는 일제가 왕조실록에 끌어들인 대표적인 일본말 찌꺼기이다. 

《순종부록》 16권, 18년(1925, 을축 대정(大正) 14년) 7월 20일(양력) 1번째 기사에 보면, “경성부(京城府)에 일금 1,000원(圓)을 특별히 내려주었다. 수해(水害)를 구제(救濟)하기 위해서였다. 【15일 이래 호우(豪雨)가 계속되어 일찍이 없었던 대홍수(大洪水)가 발생해 신용산(新龍山), 구용산(舊龍山), 마포(麻浦), 뚝섬〔纛島〕, 왕십리(往十里), 청량리(淸凉里) 등지에 물이 넘쳐들어와 인가와 가축 축사의 피해가 매우 심했으며 한강(漢江)에 물이 불어나 42척(尺)이나 되었다.二十日。 特賜金一千圓于京城府。 以水害救濟也。【自十五日以來, 豪雨連仍, 未曾有之大洪水, 漲溢於新舊龍山、麻浦、纛島、往十里、淸涼里等地, 人畜家屋被害甚多。 漢江增水爲四十二尺。】" 

흔히 들어오던 을축년 대홍수다. 위를 보면 호우가 계속 내렸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순종 이전 기록에 ‘호우’는 나타나지 있지 않으며 ‘큰비’를 뜻하는 ‘대우(大雨)’만이 123번 나온다. 

《태조실록》 태조 2권, 1년(1392) 기록에 보면, “많은 비가 오고, 천둥이 치다' 己酉朔/大雨雷。”라는 기사가 보이는데 '大雨'를 '많은비’로 국역하고 있다. '大雨'는 또 ‘큰비’로도 쓰였다. 이러한 '大雨'는 누가 봐도 큰비라고 알 수 있으나 호걸호(豪) 자를 쓰는 '豪雨' ‘호걸비'는 무슨 뜻인지 분명치 않다. 구한말 국운이 기울자 왕조실록까지 함부로 손을 댄 일제는 ‘대우(大雨)’를 빼버리고 자기식으로 ‘豪雨’로 바꿔치기했다. 이후 조선인들은 이 말이 세련된 말인지 알고 지금도 큰비나 많은 비를 ‘호우,’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