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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곡, 아베마리아의 불편한 진실

슈베르트와 구노의 아베마리아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우리 부부는 이태리에서 오래 살면서 성당에서 결혼축가를 여러 번 불렀었는데 신랑 신부가 가장 선호했던 노래 1순위는 역시 아베마리아(Ave Maria)였다. 대부분의 결혼식이 성당에서 혼배미사로 진행되며 엄숙하고 경건한 미사 중에 세속적인 곡을 연주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므로 그 축가는 성가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다.

이태리 사람들은 슈베르트의 독어로 된 가사대신 그들이 어려서부터 성당에서 암송하는 기도문인 라틴어 성모송으로 가사를 붙여 Ave Maria를 듣기를 좋아한다. 이태리 사람들은 세기의 명곡인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에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기도문인 성모송을 라틴어로 붙여서 부른다. 필자도 성악가로서 독일어 발음이 노래하기에 좀 불편함을 느껴 이 노래를 부르게 될 경우 발음하기가 편한 라틴어 아베마리아를 선호하는 편이다. 
 
   
▲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슈베르트(왼쪽) 구노

그런데 맹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산레모가요제 데뷔 이후 발표한 깐쪼네 Con te partirò (그대와 함께 떠나리)가 발표되자 젊은 연인들은 자신들의 결혼식에서 Con te partirò를 축가로 듣기를 원하여 결국 성당에서도 Con te partirò를 부르는 일이 간혹 생겼었다.

이러한 세속적인 가요를 부르려면 사제에게 특별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사제들은 미사 중에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신랑과 신부를 위한 날이니 미사가 끝난 후 사진을 찍기 전에 부르면 좋겠다는 배려를 해주시는 분도 많았다. 그러나 보수적인 사제들은 이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아서 필자도 초대를 받아 노래 부르러 갔다가 결국 신랑 신부가 원하는 Con te partirò를 부르지 못하고 돌아오는 곤란함을 겪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런 상황이 속출하다가 급기야 1995년쯤 이었던가? 각 성당들에 혼배미사 때 불려지는 음악에 대한 기준를 명시하고 특정 곡들에 대한 제한 조치가 명시된 공문이 권장사항으로 각 성당에 하달되었다.

필자도 이를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성전 내에서 세속적인 음악은 결혼식의 경우에도 금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연주가 금지되어야 할 음악들의 목록을 보니 그 중에 Con te partiò가 있었고 놀라운 사실은 일반적으로 성가로 분류되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와 구노의 아베마리아도 끼어 있는 것이었다.

궁금하여 여기저기 문헌을 찾아보니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아마도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의 가사는 영국의 시인 월터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여인’ 중에서 엘렌의 노래를 독어로 번역한 것으로 기도문의 형태로 쓰여져 있지만 그 작곡 동기가 종교적이기 보다는 일반가곡으로 작곡한 것으로 간주된 것 같았다.
 
또한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반주부분이 바하의 '평균율 피아노곡집 제1권 제1번 C장조'를 조옮김한 것이며, 여기에 구노가 멜로디 선율만을 덧붙인 것인데 역시 그 작곡의 동기가 애매하다.


구노가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들을 기리기위해 작곡했다는 노래는
'아베마리아' 아니라 '순교자찬가 (무궁세무진세에)'

우리나라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 보면 조선에 파견된 친구 엥베르 주교의 순교 소식을 듣고 이를 애도하며 바친 곡이 바로 구노의 Ave Maria라는 믿거나 말거나 인터넷 전설따라 삼천리 버젼도 있는데 나 자신도 한 때 진위를 정확히 모르고 감동했었다. 그런데 이는 사실 크게 잘못된 정보다. 21살 연상의 앵베르 주교를 구노의 신학교 동창생이라니...

조선에서 순교한 프랑스 파리외방선교회 신부들을 기리기 위해 당시 작곡했다는 순교자 찬가는 따로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무궁무진세에' 로 번역되어 알려져 있다.

종교음악 중에 Ave Maria의 Ave나 Salve Maria 의 Salve는 라틴어로 문안이나 환영의 인사를 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태리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Salve! (쌀베) 라고 말하며, 프랑스 사람들은 Salut! (쌀뤼) 라고 인사한다.  모두 같은 어원이다. 애들은 ‘안녕! 마리아’, 어른들은 ‘안녕하세요 마리아님’ 그리고 옛 표현으로 하자면 ‘문안 드리옵니다. 마리아님’이라고 할까….

이태리 청소년들이 실제로 성당에서 앞에 나와 기도하는 말투를 들어보니 극존칭보다는 ‘안녕 엄마’, ‘안녕 마리아’ 같이 친근함과 다정함으로 엄마를 부르는 듯 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필자도 지휘를 하기 전에 Ave Maria 번역을 '안녕! 마리아' 또는 '엄마 안녕!' 으로 소개한 후에 연습을 하면 다들 음악이 더 은혜롭게 느껴진다고 한다. 마치 고아 어린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음 속 엄마에게 하루 동안에 있었던 일들과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 놓으며 얘기하는 느낌이다. 이런 마음으로 노래하면 마음 속의 기도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음악이 좋으면 애착이 가기 마련이어서 지금도 클래식 명곡들의 선율에 가사를 붙여 새로운 감동을 주는 성악곡들로 변화된 것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곡이 쇼팽의 에튜드(연습곡) Op.10, n.3 슬픔(Tristesse)에 붙인 ‘이별의 노래’ 이다. 이런 시도는 현재 3대 테너의 하나인 호세 카레라스가 많이 시도하였고 신세계교향곡을 비롯하여 여러 명곡들이 다양한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고 있다. 또 요즘 유행하는 팝페라 장르도 이러한 시도에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어쨌든 간에 이 모든 해프닝들이 음악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을 한다. 저작권이 생겨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것이 민감한 사안이 된 요즘, 저작권자 당사자들 간의 개인적인 입장차이는 덮어두기로 하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음악들과 그 가사들이 듣는 사람들의 영혼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그저 좋겠다는 바램이다.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