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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를 그리워합니다

[허홍구 시인의 세상읽기 9]

[그린경제/얼레빗 = 허홍구 시인] 

우리는 오랫동안 가까이에 있었던 신사를 잊고 살았다.
원칙이 무너지고 당당하지 못하고 남 탓만을 하는 이즈음 신사가 더욱 그립다.
예의가 바른 사람, 멋있는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을 일러 신사라 부른다.
이 말은 단순히 생김새나 그 모양만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맘속에서 우러나오는 몸짓이나 말의 예의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 그 사람 멋쟁이야 정말 신사야이렇게 말했다.
요즘 존경받지 못하지만 정치인 가운데도 우리가 그리워하는 신사가 있었고
우리 주변의 여러 곳곳에서 예의 바르고 멋있고 품격 있는 신사가 있었다.  

미국의 서부영화 속에서도 멋쟁이 신사의 주인공이 곧잘 등장했었다.
깊은 밤에 복면하고 등 뒤에서 비겁하게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 아니라
대낮에 권총이 없는 상대방에게는 권총을 건네주고 남을 속이지 않고 공평하고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벌이는 장면의 영화 주인공을 우리는 신사라 불렀다.

다시 말해 비겁하지 않은 정정당당한 주인공을 말하며 그 신사를 그리워한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씨름선수였던 천하장사 이준희 씨를 우리는 모래판의 신사라 불렀었다.
이제 그에게 붙여진 신사라는 별명은 그의 전설이 되었다.

최고의 승률을 자랑했던 이만기 장사를 이기고 천하장사가 된 순간 
? 이만기 장사처럼 두 손을 치켜들고 기뻐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싱긋이 웃으면서 패자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라 했었다.  

신사라는 이름은 그냥 아무나 함부로 부르고 얻는 이름이 아니다.
이름에 합당한 당당함과 규칙과 예의를 갖춘 사람에게만 붙여주는 선물이다.
편 가르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멋쟁이 신사 정치인!
공명정대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실력 있고 멋있고 예의 바른 스포츠맨!
직장에서도 상하가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고 존중할 수 있는 동료!  

그런 멋쟁이 신사를 그리워하며 멋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허홍구)

   
▲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선수, 우리는 그를 신사라 부른다. 이 시대에도 그가 그리운 까닭은 무엇일까? ⓒ 이무성 한국화가
   

이준희*  

모래판에서 벌어지는 전통 무예 씨름은
힘과 기술과 꾀로 상대와 겨루어
무릎을 꿇게 하고 넘어뜨리면 이긴다.  

몸집 작은 선수가 덩치 큰 선수를 뒤집기로 이기는 순간은
인생역전을 보는 듯 씨름의 짜릿함이다.  

많은 장사 중에 이준희 선수는 내가 제일 손꼽았던 장사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던 천하장사 이만기를 이기고도
그냥 싱긋이 웃고 말았던 그에게 기자가 인터뷰 했다.
기쁘지 않으냐 왜 이만기 장사처럼 환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 

그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고
패자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라 했다.
수많은 장사의 이름은 잊혀가지만
그에게 붙여진 이름은 전설이 되었다  

모래판의 신사.

 *5, 8, 13대 천하장사를 한 씨름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