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말 "사이시옷" 톺아보기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그린경제/얼레빗 = 성제훈 기자]  오늘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사이시옷에 대해 알아봅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만든 한글사전에 보면 사이시옷은, 한글 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의 이름. 순 우리말 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 ‘앞에서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는다.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따위가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좀 어렵지요?

저는 제 방식대로 다시 풀어보겠습니다.
사이시옷을 제 나름대로 정의하면,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 뒤에 오는 낱말 첫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라는 뜻으로 앞 낱말 마지막에 넣어주는 시옷입니다.(이렇게 정의하면 사이시옷의 80%정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사이시옷은 한 낱말에는 없습니다. 낱말과 낱말이 합쳐져서 한 낱말을 만들 때, 뒤에 오는 낱말을 강하게 발음하라는 뜻으로 모음으로 끝나는 앞 낱말의 마지막에 을 넣어주는 거죠. 따라서 뒤에 오는 낱말이 된소리(경음, ,,,,)나 거센소리(격음, ,,,)이면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갈빗찜은 틀리고 갈비찜이 맞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왜냐하면, 갈비+찜에서 뒤에 오는 낱말이 찜으로 된소리가 있으므로, 앞에 오는 낱말 갈비에 을 붙일 수 없죠뱃탈이 아니고, 배탈이고, 홋떡이 아니고 호떡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섭니다.  

다음 단계! 앞에서 사이시옷은 두 낱말이 합쳐져서 하나의 낱말이 될 때...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두 낱말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쓰는 낱말은 우리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가 있는데,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됩니다.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이 네 가지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이 뜻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 정의만 가지고도 벌써, 핑큿빛이 아니고 핑크빛이며, 피잣집이 아니고 피자집이 맞다는 것을 금방 아시겠죠?  

왜냐구요? 핑크, 피자가 외래어잖아요. 외래어 뒤에 오는 빛이나 집이 고유어더라도, 외래어+고유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으므로, 마땅히 핑크빛, 피자집이 맞죠. 

다시 두 번째로 돌아가서,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된다고 했었죠? 그 중 한자어+한자어는 딱 여섯 가지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딱 여섯 가지 경우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한자어+한자어의 합성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마땅히 이건 문제가 많은 규정입니다. 제가 봐도 문제가 많아요. 그러나 현행 맞춤법에서 그렇게 규정했으니 할 말 없죠... 

따라서, 시가(市街-市價), 대가(大家-代價), 소수(小數-素數), 호수(湖水-戶數), 이점(二點-利點), (代數-臺數), 초점 등에는 사이시옷을 넣어 적으면 안 됩니다. 싯가가 아니라 시가고, 댓가가 아니라 대가며,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라는 거죠. 

이런 어정쩡한 규정 때문에, 한자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드는 보기가 소장이 법원에 갔다.”가 무슨 말이냐는 것이죠. “연구소 소장이 법원에 갔다는 말인지, 공소장을 법원으로 보냈다는 말인지 모르지 않느냐? 그래서 한자를 써야 한다. 한자를 쓰면 명확하지 않느냐...” 뭐 이따위가 그 사람들 주장인데요. 

사이시옷 문제에서만큼은 국어학자들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한자어와 한자어가 합쳐져서 한 낱말을 만들 때 사이시옷을 넣어 적는 여섯 가지에, 솟장(訴狀 )하나만 더 넣어서 예외를 일곱 자로 만들었더라면 ... 

이 정도면 사이시옷에 대해 헷갈리는 것의 80% 정도는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좀더 까다로운 몇 가지만 더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사이시옷 규정에 앞말에 받침이 없고 뒷말의 첫소리가 예사소리(평음)이더라도 소리가 덧나는 경우엔 사이시옷을 쓴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물은 내물이 아니고 냇물이며, +몸은 이몸이 아니고 잇몸이죠. 이런 예로는 깻잎, 베갯잇, 바닷물, 빗물, 나뭇잎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게 머리말과 해님입니다. 머리말은 머리+말 이지만 [머린말]로 발음하는 게 아니고 [머리말]로 발음해야 합니다. 해님도 마찬가지 [핸님]이 아니고 [해님]입니다. 그렇게 발음하니 마땅히 사이시옷을 적을 일이 없죠.  

또 다른 규정은 뒷가지(접미사)나 토씨 같은 의존형태소와 연결될 때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부터(조사)옛부터가 아니라 예부터로 써야하고, 앞에서 설명한 해님도 해+(뒷가지) 해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럽다는 옛스럽다가 아니라 예스럽다, 나라+님은 나랏님이 아니라 나라님이고...” 쉽죠?  

끝으로, 요즘 주위에 보면, 새로운 길 이름을 많이 달아놨습니다. 이 길 이름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나릿길은 개나리길로, 경찰섯길은 경찰서길로, ○○여곳길은 ○○여고길로 적습니다. 길 이름에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 이유를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설명했는데, 그건 맨 뒤에 덧붙입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예외 한두 가지와 적어놓고도 좀 이상한 표현만 좀 더 살펴보고 접겠습니다. 

앞에서, 뒤에 오는 낱말의 첫음절이 격음이나 경음이면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고 했죠? 그러면서, 갈비찜, 배탈, 호떡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첫째, 셋째, 넷째, 다섯째는 을 쓰죠? 뒤에 이 오니까 마땅히 앞 낱말에서 이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째는 뒷가지(접미사)입니다. 여기에 쓰인 은 사이시옷이 아닙니다. 

이렇게 헷갈리는 게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보는 교과서에도 틀린 게 매우 많습니다. 학교 가는 길은 등굣길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등교길이라고 적고 있어요. 교과서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맞춤법 규정이라... 

재밌는 거 하나만 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며칠 전에 보내드린 식물 ()’ 발음에서, 한자어 다음에는 ’,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으로 읽는다고 말씀드렸었죠? 그에 따라, 문주란, 금자란, 은란이 맞고, 거미난, 제비난, 지네발난이 맞다고 말씀드렸구요. 재밌는 것은, 사이시옷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생물을 분류할 때 종속과목강문계’... 많이 외우셨죠? 거기서 과(), 개미과가 맞아요, 개밋과가 맞아요? 달팽이과가 맞아요, 달팽잇과가 맞아요? 

충격이 크시겠지만, 개미과가 아니라 개밋과라고 쓰셔야 합니다. 달팽잇과도 마찬가지고요. 메뚜기도 메뚜깃과가 맞습니다. 고유어+() 에서 과가 된소리로 날 때는 앞에 사이시옷을 넣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한자어+()는 장미과, 국화과처럼 그냥 사이시옷 없이 씁니다. 

꽤 길게 달려왔는데요. 이 정도면 사이시옷 가지고 고민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
 

도로명(○○)의 사이시옷 표기 원칙(200184일 결정)

○○의 발음을 [○○]로 표준화하고, 복합어로 처리하여 사이시옷을 받쳐 적자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

첫째, 새로 이름붙이는 도로명이기 때문에 현실 발음이 된소리라고 할 기존의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둘째, 복합어에서만 된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에서도 된소리 발음이 날 수 있다.
셋째, 도로명 ○○개나리길’, ‘개나리1’, ‘개나리2과 같이 ○○’+‘로 분리되는 성질이 있어 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은 한글 맞춤법 제49 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유 명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일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으로 아래와 같은 고유 명사를 들 수 있는데 ○○+도 보통명사와 보통명사가 붙어 고유명사로 된 같은 유형의 것이다.
보기 : 대한중학교, 청마고등학교, 피리유치원, 한마음아파트, 장미아파트, 소라아파트, 소망교회, 동대구시장, 청마루식당처럼 국어심의회의 다수 의견에 따라 ○○은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

보태기) ‘첫째

사이시옷은 실질 형태소들이 붙은 합성어로 인정되는 것들 중에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는 말들에 한해서 적을 수 있습니다. ‘, , , 다섯은 수 관형사로 존재하는 형태들입니다. 이 뒤에 붙어있는 ‘-는 수량,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 또는 명사구 뒤와 수사 뒤에 붙어 차례의 뜻을 더하는 뒷가지입니다. 뒷가지와 붙은 경우에는 사이시옷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째, 셋째, 넷째, 다섯째표기는 사이시옷과는 관계가 없는 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