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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의 이육사 시화 28] 황 혼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황    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내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쎄멘트 장판 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을까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