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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정부기관 영어 혼용, 기관장 징계해야

한말글문화협회, 정부기관 영어 혼용에 대한 이야기 마당 열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영삼 정부가 영어 조기 교육을 시작하면서 시작한 영어 바람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이들까지 나오더니 거리에 영어 간판이 점점 늘어나고 우리말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지난 수천 년 동안 한문을 섬기던 버릇이 영어 섬기기로 바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자는 이들과 싸워서 간신히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나라가 되었는데 이제 한글과 영어 혼용나라로 가고 있으며,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이 그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그를 정확히 짚어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말글문화협회 이야기마당이 어제 4일 저녁 4시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영어 남용과 혼용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야기마당은 먼저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의 인사말씀과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의 격려말씀으로 시작됐다.

 

이후 경희대학교 한학성 교수와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이대로 회장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고영회 공동대표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한학성 교수는 “우리 말글살이 속 영어 오남용과 국어기본법”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자로서의 자괴감을 털어놓았다. 정부기관의 광고들에는 심지어 영어를 전공하는 학자로서도 무슨 말인지 모를 영어가 남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하여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倂記)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규정들이 있음에도 앞장서서 이를 짓밟는 정부기관들 탓에 이 법들은 사문화가 되었다.” 진단했다.

 

이어서 이대로 회장은 “그동안 한자숭배와 싸워 이제 한글만으로 쓰는 세상을 만들었더니 이제 영어가 대신 그 자리를 꿰차고 우리말을 짓밟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또 그는 “그동안 수없이 우리말을 짓밟는 정부기관에 건의, 진정, 탄원 등 온갖 민원을 넣으며 싸웠지만 정부기관은 묵묵부답이다. 스스로 한글이 세계 으뜸 글자라 하면서도 그 으뜸글자를 짓밟는 정부를 오히려 국민이 걱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주제발표의 끝머리에는 “정부기관과 공무원들이 처벌조항이 없다고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고 우리 말글살이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나라 얼과 겨레 말글을 지키고 정부기관을 관리할 총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국어정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장관의 업무태만과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문화체육부장관,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위반하고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힌 공공기관장과 국어책임관을 직무유기와 업무태만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야기마당의 마무리를 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고영회 공동대표는 지정토론에서 “영어 오남용 문제로 징계청원을 하면 담당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먼저 다치겠지만 그럼에도 이를 바로잡으려면 그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이야기마당에 참석한 신시민운동연합 육철희 의장은 “행사장에 함께 한 문화체육관광부 신은향 과장과 담당 주무관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의견을 들었어야 했지만 그런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행사가 참석자들과의 토론 시간을 갖지 않는 등 서두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영어 오남용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 아주 중요한 의미의 이야기마당이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