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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백년편지 254] 건국절 논란에 대해 신동지에게 보내는 글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100년 편지에 대하여.....

100년 편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입니다. 내가 안중근의사에게 편지를 쓰거나 내가 김구가 되어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역사와 상상이 조우하고 회동하는 100년 편지는 편지이자 편지로 쓰는 칼럼입니다. 100년 편지는 2010년 4월 13일에 시작해서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100년 편지에 동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매주 화요일 100년 편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02-3210-0411

  

신의철 동지에게

신동지! 증오와 편가름, 혼란과 부조리 없는 그 곳 – 모두가 평안(平安)허고 다같이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곳으로, 이 아귀다툼의 사바세계를 등지고 떠난 지 어언 십수 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갔네그려!


 그간, 신동지와 전후해서 이곳을 떠난 김권, 박승유, 이희화도 재회해서, 지난 어두웠던 시절 광복군으로서 중국 장시성 허커우 전(江西省 河口鎭)에서 태극기를 품에 안고 애국가를 부르며 (당시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 곡으로 불러서 비장한 감 마저 있었지) 잃은 나라를 되찾고자 항일 투쟁에 20대의 젊음을 불살랐던 옛 추억담도 정답게 같이 나누었겠지!


차제에 그동안 소원했던 나라 소식 – 동지들이 관심 갖고 궁금해할 오늘의 일그러진 우리의 사회상의 한 단면을 전하고 싶네. 그것은 쓰라리고 아팠던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망국의 원근인(遠近因)으로 볼 수 있는, 사(私)를 앞세운 파당 행위, 부조리와 극심한 부패, 국제정세에 대한 둔감, 그리고 국민들의 국정에 대한 무관심이, 나라를 잃었던 한 세기 전의 양상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불안과 혼돈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실상이라고 볼 수 있네.


이러한 풍조는 잃은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우리들의 구심점이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존재마저도 부정하는,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지경으로까지 이르렀네.  3.1운동의 결실로 탄생하여 세계 독립운동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26년간이란 긴 세월, 악조건을 극복하고 국권을 회복하고자 항일 투쟁한 임시정부를 외면하는 개탄스러운 분위기마저 만연 되어있네.



 그것은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몰 역사적 인사들의 주장으로서, 대한민국이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팔도 대표들이 모인 임시의정원에서 결의한 임시헌장에 의거 탄생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을 외면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탄생하였다는 역사왜곡 주장이네.


 이는 역사를 외면한 처사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고, 여러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으며, 역사 왜곡이고, 반만년 우리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인데도,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올해(2016년)가 광복 71주년이며 건국 68주년이라고 (1948년 정부 수립 기준으로- 1919년 기준 건국 97주년인데도), 지난 광복절 기념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국민에게 기념사를 하셨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선언한 것일세. 전날 청와대 오찬 시에 대통령께 8.15 건국절 주장은 부당한 것임을 간곡히 그리고 정중하게 건의 말씀을 드렸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네.


 헌법 위배는 물론, 역사적 사실마저 외면하면서까지 한,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기념사에 나는 실망과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네. 왜 우리는 스스로 독립투쟁 역사를 과소평가하고, 국난시 잃은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네. 우리의 쓰라리고 아팠던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에 대비하여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있네. 이스라엘의 어느 식자(識者)는, 2000여 년의 고난의 유랑 끝에 나라를 세워 오늘의 영광을 얻은 것은, 첫째 역사의식을 잊지 않았고 (과거를 잊지 않았고), 둘째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며, 셋째 국민의 통일된 역사의식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이를 망각하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고 했는데, 우리의 오늘의 현실을 돌아볼 때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만한 명언(名言)이라고 생각하네.


 8.15 건국절 논란에 대하여, 현명한 우리 국민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네. 이승에 홀로 남아있는 나로서는 앞으로의 추위를 예의 주시하면서 미력이나마 힘닿는 데까지, 능력껏 이의 저지에 앞장서겠네. 동지들도 그곳에서 관심 갖고, 심적으로 나마 밀어줄 것으로 기대하네.


 역사의 진실(fact)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이라고 생각하며 누구든 자파의 이익을 위해 색안경을 통한 역사 왜곡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네.


 70여 년전, 중국 제3전구(戰區) 관내에서 광복군으로 활동한 우리들을 “3전구 5인방”이란 애칭으로 동지들이 불러준 우리들 아닌가!  세월은 흘렀어도 독립정신, 나라사랑 정신은 아직도 식지 않고 살아있으니 서로 있는 곳은 달리해도 옛적과 같이 합심하여 난국 돌파에 앞장서, 우리의 소임(所任)을 다하세!


 나도 불원(不遠) 그곳, 고이 안식하고 있는 자네들 곁으로 갈 테니 그동안 잘들 있게나!


         동지들을 그리며

                                                                                                                            2016년 12월

                                                                          (전) 한국 광복군 동지회 회장 김 영관 보냄


            

김 영 관


  중국에서 한국 광복군으로 독립운동에 종사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 · 징모 제3분처)

   광복회 이사

   전 한국 광복군 동지회 회장

   (현)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