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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왕의 무능이 아니고 무엇이요?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귀혼의 장 9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것이 왕의 무능이 아니고 무엇이요? 신하된 자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니 오늘과 같은 난리를 겪는 것이 아니겠소. 저따위 신하를 곁에 두고 정치를 하려거든 당장 양위(讓位)를 하시오. 양위를.”


왕권을 이양하라는 주문을 서슴없이 꺼낸 것은 일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서애 유성룡이 폭발하였다.


병부주사! 어느 안전이라고 이런 행패를 부리시는 겁니까?”

뭐라? 행패! 지금 내 귀에 대고 행패라고 하셨소?”

그럼 몰지각한 작태라고 해둡시다.”


명나라의 병부주사 사헌은 대노하였다.


네 너를 요절내지 않으면 우마(牛馬)의 자식이로다. 서애, 그대가 왕의 신임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겠다.”


선조는 영의정 유성룡과 명나라 사신이 격하게 충돌하자 진화에 나섰다.


영상은 잠시 물러가 계세요.”


유성룡 역시 오기가 치솟았지만 왕의 명령을 거역 할 수는 없었다. 그가 물러 나가자 사헌이 요구했다.



유성룡을 끌어다가 곤장을 치시오.”


선조가 화들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서애대감은 조선의 영의정이외다.”


사헌은 말을 길게 끌지 않았다.


아니라면 왕에서 물러나시든지.”


선조는 뜻밖의 외통수에 몰려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마른 침을 자꾸만 삼키었다. 명나라 사헌이 물러난 직후 왕은 다시 유성룡을 불렀다.


어쩌면 좋소? 내게 왕위를 내 놓으라 하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소.”


유성룡이 펄쩍 뛰었다.


그것은 아니 됩니다. 명나라가 조선의 내정을 이런 식으로 관여해서도 아니 되고, 당해서도 안 되옵니다. 통촉하옵소서.”


선조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만일 과인이 왕권을 이양(移讓)하지 않게 되면 대감이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옵니까?”


선조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내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선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차마 대감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요. 과인이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되지 않겠소. 원하는 대로 과인이 물러나면 되는 것이지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말씀이요. 절대 굴복하지 마옵소서. 명나라의 압력에 양보하게 되면 조선의 사직(社稷)은 끝이옵니다.”

과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거요?”


유성룡은 선조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요점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왕권을 포기할 수는 없사오니 무조건 그 반대의 의견을 수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