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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을 가하라! 사신에 대한 모독죄이니라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귀혼의 장10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선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명나라 사신이 경에게 곤장을 치라 하오.”


유성룡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 드렸다.

그것이었습니까?”

사신을 모독한 죄를 물으라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소.”


유성룡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하, 심려 마옵소서. 신이 형벌을 기꺼이 받겠나이다. 상감마마의 옥체를 보중하시고 명나라의 굴욕적인 외교를 더 이상 허락하지 마옵소서.”


서애 유성룡은 임금에게 당부하고 어전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 자진하여 의금부의 형틀에 몸을 묶었다. 선조는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기 위하여 교활한 연극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서애 유성룡을 희생시킴으로 자신의 보위를 유지하겠다는 치졸한 선택을 어떤 가책도 없이 시도하였다. 그는 역시 불량한 임금이었다.

사헌을 부르게.”


영의정 유성룡의 해괴한 행동에 의금부도사는 영문을 몰라 하며 승정원(承政院)과 벽제관에 각기 기별을 넣었다. 도승지나 임금 선조로 부터는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고 벽제관에 머물던 명나라 사신 병부주사 사헌이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그와 동행한 명나라 장수는 경리조선도어사(經理朝鮮都御史) 양호였다. 조선에 부총병으로 파견되어 나온 그는 키가 비록 작았지만 가슴은 떡 벌어졌고 목이 기형적으로 굵었다.

장형을 가하라! 황제의 사신에 대한 모독죄이니라.”



의금부의 도사와 나장들은 감히 영의정을 죄인 취급할 수가 없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장형을 치라는 명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사헌이 달려들어서 의금부 도사와 나장들의 뺨을 수차례 가격했다.

네 놈들도 곤장을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명나라 사신 사헌과 장수 양호가 의금부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소식을 접한 병조판서 이덕형이 달려왔다가 현장을 목격하고는 기겁을 했다.

대감?”


영의정 유성룡이 형틀에 곤장을 맞으려는 자세로 엎드려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의금부 도사들과 나장들의 뺨이 뻘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평소 양호와 안면이 있던 이덕형이 놀라 물었다.

대관절 무슨 일이십니까?”

이놈들이 어명을 거역하고 있기에 손을 좀 봐주고 있소.”


이덕형은 어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서애 유성룡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음, 아무 말 마시고 장형을 집행해 주시게.”


병조판서 이덕형의 호가 한음이었다. 한음은 오랜 지기인 오성 이항복과 더불어 서애 유성룡에 대하여 경외심을 지니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대감!”

이 사람을 더 이상 추하게 만들지 말고 어서 집행 하시게. 그것이 정녕 날 도와주시는 것이라네.”

유성룡은 오히려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 양호가 그런 유성룡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병조판서 이덕형에게 채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