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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선조와 작별을 고하였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귀혼의 장 1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사신에게 무례를 범한 것은 황제를 능멸하는 법이요. 그에게 장형을 가하지 않는다면 조선의 왕도 무사하지 못할 거외다.”


한음 이덕형은 머리가 비상한 관리였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문과에 급제 하였으며 31살 최연소로 대제학에 올랐었다. 그는 목전의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명나라 병부주사 사헌이 다시 명을 내렸다.


그에게 곤장 40대를 쳐라!”

병조판서 이덕형이 양 팔을 벌려서 형틀 위의 유성룡을 가로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국의 제상에게 이럴 수는 없는 법이요.”

부총병 양호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는 이덕형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

그대도 장형을 당하고 싶은가?”

이덕형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오! 일국의 대신들을 모조리 불러다가 볼기를 칠 심산인 게요?”

유성룡이 한음 이덕형을 만류했다.

이판서, 자네까지 왜 이러시는가? 나로 끝날 일일세.”

이덕형은 눈을 부라리면서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영상이 어떤 명령을 내리신다 하여도 난 꼼짝 않을 작정입니다. 전하의 어지(御旨)라는 것이 정녕 확인되기 전에는 영상의 손톱 하나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양호가 으름장을 놓았다.

병조판서가 이리 답답한 사람인 줄은 몰랐소. 아무래도 뜨거운 맛을 봐야만 하겠군. 정녕 병조판서도 곤장을 원하오?”

양총병이 이리도 무도한 분이셨소?”

이덕형은 오히려 양호를 나무랬다. 그러자 병부주사 사헌이 갑자기 뛰어 들어서 이덕형의 가슴을 움켜쥐고 흔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건방진 새끼가 뒈지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거야! 병조판서만 다냐? 황제를 무시해도 되는 거냐?”

이들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이번에는 도승지 오억령이 나타났다. 그는 병부주가 사헌에게 비굴한 웃음을 보이면서 왕의 칙서(勅書)를 가지고 왔음을 알렸다.

눈깔이 있으면 똑바로 보거라!”

사헌은 병조판서 이덕형의 면상으로 왕의 칙서를 내던졌다. 그 행동은 누가 보아도 무례의 도를 넘어선 작태였다. 이덕형이 그 칙서를 주워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영상은 들어라. 과인이 대국을 섬김에 있어 하늘로 알고 있거늘, 그대는 과인의 신하이니 의당 황제를 하늘로 받들어야 하거늘 그러하지 못하였다. 황제의 사신에게 무례히 굴어 사신이 매우 노하니, 그대가 누구의 신하인지 모르겠다. 그대는 과인이 내리는 장형 40대를 기꺼이 훈육으로 삼도록 하라. 선조 -

 

조선의 현자로 일컫는 서애 유성룡이 명나라의 횡포에 의해서 참으로 어이없는 봉변을 당하였다. 사령의 매질이 울릴 때마다 그 곁에서 한음 이덕형은 통곡을 하였다. 하지만 정작 유성룡은 육체적 고통을 정신의 연민으로 승화 시키고 있었다.

 

주상, 이것이 왕에 대한 나의 마지막 충성인 듯하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 했습니다. 그러나 상감을 모시는 내내 기분은 참으로 더러웠나이다.’

 

유성룡은 드디어 조선 왕 선조와 작별을 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