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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선이 돌아온다

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2" 애정의 장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귀혼선이 돌아온다!”


진도 우수영이 떠들썩하게 변하였다. 13번째 판옥선 귀혼선에는 성공을 알리는 노란 황색깃발이 군데군데 꽂혀서 펄럭이고 있었다.


노란색 깃발이다! 성공이다!”


일본 오오사카로 떠나갔던 조선인들의 영혼이 담겨있는 잘려진 코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요란한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한 맺힌 곡성(哭聲)이 되어 수영 전체를 휘감았다. 이순신을 비롯한 원균과 정도령, 이제 합류한 김충선 등 전원이 항구로 몰려 나갔다.


으흐엉...오는구만, 돌아오는 구만.”


집결한 조선 수군들 사이로 어민들의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군인으로 전투에 임하여 순국한 장병들은 우리 백성이며, 우리 백성의 자식들인 것이다. 항구 전체가 숙연한 분위기에서 귀혼선의 입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5천 개의 베어진 코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운송하던 장병들의 넋을 기다리는 이순신의 마음은 그들을 되찾아 왔다는 안도감보다도 처절한 슬픔이 노도(怒濤)가 되어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증오는 산 덩어리가 되어 이순신을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이 죄를 다 어이 할 것인가.



이제 머지않았다. 우린 꼭 만나게 될 것이다. 내 손으로 그대의 광증(狂症)을 종식 시켜주마. 미친 짐승! 기다려라.’


원균이 바로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사람 죽이는 것을 재미로 전쟁을 하는 백정 개새끼! 히데요시, 이 종간나새끼를 내 작살내지 않으면 죽어서도 분해서 눈을 감을 수 없을 거요. 씨팔 새끼!”


이때 수군 장병들과 어민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고 귀환하는 이몽귀와 송정립, 원사웅에게 보내는 갈채였다. 그들은 판옥선에서 내려와 이순신과 원균 등의 앞에 멈추어 허리를 굽혔다.


수고 많았다.”


이순신은 오로지 그 한 마디만 하였다. 더 이상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말이 나오게 되면 그 안에 감춰진 절규가 튀어 나올지 몰라서 이순신은 몸을 돌렸다. 원균이 뒤를 이어서 그들을 한꺼번에 감싸 안았다.


장하다, 훌륭했어.”


원균은 아들인 일당백 원사웅에게 특별히 대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지만 원균은 단지 그의 뺨을 한 번 쓸어주었다. 부드럽지도 않고 따스하지도 않은 손길이었지만 거친 무장의 손에 담긴 부정(父情)을 원사웅은 가슴으로 느꼈다.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주변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무당을 모두 불러 모아라.”


이순신의 지시에 따라 반나절 만에 7명의 무녀가 우수영으로 모여들었다.


넋풀이를 해야겠다.”


이순신의 입이 떨어지자 무당 중 가장 늙어 보이는 무녀가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아뢰었다.


씻김굿이 어떨까 하옵니다.”


씻김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