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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부와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요?

"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2" 애정의 장6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김응서는 장예지가 여자임을 간파했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내력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김응서가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은 광해군의 행적이었다. 중도에서 일본군 주력부대나 패잔병들, 혹은 척후병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되고 만다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선 도원수부로 가야겠소.”

광해군은 진도의 우수영에 대하여 방문을 우선 계획했었다. 명량대전의 공로를 치하하고 이후의 함대운영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성룡의 장형 사건으로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통제사로부터 장계는 올라오지 않았소. 명량의 공로가 있는 장수들의 명단 역시 아직은 모르오. 하지만 내 짐작으로 거기 김충선 장군이 틀림없이 들어 있을 것이요. 이순신에 대한 충정을 내가 좀 알지요.”

광해군은 장예지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장예지는 묵묵히 호위무사로서 거리를 두고 수행을 할 따름이었다. 광해군이 사부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인가를 그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제 우수영으로 가면 김충선장군도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사부가 그립지 않소?”

그립지요. 많이! 하지만 난 그와 만나지 않겠다고 약조했습니다.’

장예지는 여진의 공주 일패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김충선을 돕는 길은 여진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역설했다. 그리고 장예지는 인정했었다. 불쑥 광해군이 호기심 가득 찬 눈길을 보냈다.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소.”

뭡니까?”

김충선을 사부로만 생각하오?”

세자 저하, 무슨 뜻 이온지.......?”

이런, 공연히 그런 표정을 짓지 마시고 솔직히 말해 보시오. 단지 사부와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요?”

“......!”


장예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광해군은 진짜 궁금하다는 듯이 집요하게 캐물었다.

두 사람이 이순신의 방면을 의논하기 위해 동궁으로 날 방문 했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오. 사부와 제자가 아니고.....”

장예지는 심장이 쿵쾅쿵쾅 귀에 울릴 정도로 크게 뛰었다. 광해군이 어떤 낌새라도 알아차린 것인가.

마치 오누이 같았소.”


장예지는 호흡이 멈춰지는 것만 같았다. 만일 자신이 김덕령의 과거 약혼녀가 아니었다면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총각과 처녀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한때 광해군의 장수였던 김덕령의 약혼자로서 취해야 할 행실이란 것이 존재했다. 사부라고 소개했던 김충선을 은혜 하는 사람으로 탈바꿈 시킬 자신이 장예지에게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오누이 같은 사제지간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황송하겠습니다.”

장예지는 미소로 대답하며 진도의 우수영에 도달하기 전에 광해군으로부터 달아나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김충선과 재회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이순신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훼방꾼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