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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함께 조선으로 데리고 가자

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2" 애정의 장 10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잠시만 기다리게. 다 끝나가는 판이니까.”

선전관 조영은 다시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때 섬뜩한 무엇인가가 조영의 뒷목을 관통했다.

기다리고 싶지 않다. 개자식아.”

날카로운 칼끝이 조영의 목 아래서 반짝였다. 핏물이 그 칼끝을 타고 흘러내리자 사태를 눈치 챈 창기가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내려는 순간에 오표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의 눈이 아닌 것 만 같았다.


쉬이.”

오표는 조용히 입을 다물라는 시늉을 했다. 여진의 창기는 온 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비명은 입안으로 삼켜졌다. 그녀는 실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배 위에 상체를 얹고 있는 사내의 목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 그녀의 젖가슴과 배를 흥건히 적셨다. 여진의 창기는 오표가 사라진 한참 동안을 그 자세로 있었다.


피 냄새가 나는 걸?”

아란은 귀가한 오표를 보고는 대뜸 지목했다. 오표는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은혜를 갚았다.”

누구의 은혜?”

너를 구해준 조일인 김충선. 그 김충선을 노리고 있는 자를 내가 제거했으니 널 구해준 인사는 한 셈이지.”


아란이 입을 삐죽거렸다.

, 내 은혜는 내가 갚을 것이야. 오빠는 날 조선으로만 데려가줘.”

오표는 동생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선은 전쟁 중이야. 매우 위험해.”

여기서 오빠를 기다리며, 또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냥 세월을 허비하는 것이 더 위험해. 난 이제 기다리는 것은 끔찍하거든.”

아란아, 내게는 중대한 임무가 있어.”

어떤 중요한 임무라 할지라도 날 떼어내고 갈 생각은 하지 마. 난 절대 오빠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 도와 달라면 물론 도움을 줄 수는 있어.”

오표의 신경이 날카롭게 변했다.


아란, 고집을 피우지마라.”

이것은 고집이 아니라 부탁이야. 애원이라고.”

그때 집 밖에서 위엄이 담겨있는, 오표가 가장 좋아하는 그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러지 오표. 그녀도 함께 조선으로 데리고 가자. 누구에게나 기회는 줘야지.”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났다. 어쩌면 김충선을 진짜 죽여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표의 뇌리를 빠르게 스쳐갔다. 여진의 밤바람은 오표에게 잔인했다.


   

* * *

 

원사웅은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귀혼선에 태우고 돌아온 그녀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진도의 무녀 집에 의탁 시키고 가끔 들여다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야릇한 느낌이 바람처럼 몸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여인은 그때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선천적인지 알 수 없었으나 말을 하지 못했다. 원사웅은 그것이 더 안쓰러웠다.

이보시오, 먹을 것을 조금 가져 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