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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백년편지] 장준하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홍순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백년편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글 형식의 글입니다.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 접수를 받습니다. 문의 : 02 -733-5027】


"모든 자유의 적을 쳐부수고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또다시 역사를 말살하고 조상을 모욕하는 어리석은 후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기의 무능과 태만과 비겁으로 말미암아 자손만대에 누를 끼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이 역사적 사명을 깊이 통찰하고 지성일관 그 완수에 용약매진해야 할 줄로 안다" - <사상계> 창간선언 중


  지고지순한 영혼의 소유자 장준하 선생님, 당신께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바꾼 잡지 <사상계>를 창간하면서 함께 선언한 선언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역사를 전공하는 한 대학생 홍순기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에게, 더욱이 제가 존경하던 분께 이렇게 직접적으로 온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출발하여 사상계 발행인, 국회의원, 민주통일운동가까지. 선생님의 약력은 그야말로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선생님의 거대한 족적을 짐작케 해줍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보수의 원류이자 근간이시기 때문입니다. 일제치하에서 조국의 암울한 상황을 목도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하여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잠재우고, 또 눈물을 머금고 학병에 스스로 끌려가 탈출을 계획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목적지로 설정하여 지난한 대장정이라는 결단을 내리셨던 과정은 당신의 자서전 <돌베개>에 빼곡히 적혀져 있습니다. 때마침 지난 7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는 제13기 독립정신 답사단의 일원으로서 한중연대 사적지를 다니며 선생님께서 지내셨던 곳을 잠시 방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타고사 한국 제2지대 OSS 훈련지

  중국 서안에 위치한 한국광복군 제2지대 본부 터부터 미타고사 한국 제2지대 OSS 훈련지, 그리고 그 훈련지로 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인 한국청년훈련반 훈련지까지. 여러 곳을 다니며 장준하 선생님의 살아 숨 쉬는 종적을 살펴보았습니다. 당신의 자서전 <돌베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기록되어 있지요. “우리는 무기를 가졌습니다. 조국을 찾아야 한다는 목표물을 똑바로 겨냥한 젊음이란 이름의 무기입니다.” 중국 시안을 비롯한 광복군 OSS 지역을 대한민국의 혼과 정신이 깃든 후손들, 젊은 청년들이 살펴보노라면 가슴 한켠에서 우러나오는 벅찬 감동을 저를 비롯해 모두가 느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첩첩산중을 차를 타고 간 뒤 다시 걸어가며 광복군 사적지를 찾아 나설 때면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도 불구,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치고 타는 목마름을 안은 채 저희 스스로가 시험에 드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목적지로 항해하는 과정에서 빠르고 튼튼한 차량과 시원하게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 가벼운 미니 선풍기, 그리고 풍부한 물이 있었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통풍이 잘되는 모자라도 있었지만, 당시 1940년대에 선생님의 상황이 어떠했을지 저희가 감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1975년 8월 17일, 선생님께서는 아직까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사건으로 이 땅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인 8월 17일, 42주기 추모식을 맞았습니다.


  그 시대에 일찍이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외치시고, 또 그 뒤에는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반공을 주창하시면서도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던 장준하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의 보수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 땅의 모든 청년, 장년들에게 본이 되어야 함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선생님의 진정한 가치는 빛이 희미하게만 자리한 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는 저희 못난 후손들의 부도덕의 소치입니다. 보수주의자로 스스로를 자처하고 또 지향하면서도, 선생님의 소식과 저서를 제대로 처음 읽고 접한 건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그 이후의 삶은 오롯이 장준하 선생님의 투혼과 기백의 눈꼽만치라도 닮고 싶어 하는 부족하고 철이 없는 저의 발버둥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기쁩니다. 장준하 선생님을 뒤늦게라도 맞이한 제 혼에 애국애족의 정신이 깃들고, 당신을 계승해 말씀한 “모든 자유의 적을 쳐부수고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또 “역사를 말살하고 조상을 모욕하는 어리석은 후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기의 무능과 태만과 비겁으로 말미암아 자손만대에 누를 끼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앞으로 정진, 또 정진하는 민족투사가 되는 분수령으로 이끌 제 삶의 이정표가 명확히 자리 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고, 또 이를 후손들에게 전파할 막중한 사명과 책무가 제 마음에도 온전히 들어섰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의 일생의 과정은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이정표의 푯말을 꽂고 이제부터 나를 안내할 것이다.”라고 당신께서는 자서전에서 선언하셨지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노고하신 지친 그 몸, 이제 그 몫은 저희 후손들에게 넘겨주시고 저부터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하며 분투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장준하 선생님의 그 헌신적인 투혼과 기백이 이 땅 대한민국에 다시금 진정한 정신으로 우뚝 솟을 그날을 기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한남대학교 사학과 4학년

제13기 독립정신 답사단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