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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사신 사헌이란 작자를 요절내야 합니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2> "대의의 장 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 !

원균이 책상을 내리치자 김충선도 힘껏 내리쳤다. 단단하게 박달나무로 만든 서궤(書几)가 금방이라도 부숴 질 것만 같았다.


이런 법이 있습니까?”

당장 한성으로 달려가 명나라 사신 사헌이란 작자를 요절내야 합니다.”


한양으로부터 들려온 소문은 김충선과 원균 등의 장수들을 동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명나라 사신에게 곤장을 맞은 유성룡은 업혀서 실려 나갔다고 했다. 한 동안 공무를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마침 이순신과 정도령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그들은 명나라 제독 진린과의 협상을 위해 출타 중이었다


진제독 역시 명나라 놈 아니요?”

명나라에 대한 반감이 무섭게 끓어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보잘 것 없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일개 병부주사가 일국의 영상을 욕보이다니! 이것은 있을 수 없는 만행입니다.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김충선이 장검을 쥔 손을 부르르 흔들었다.



사헌이란 사신이 그리 기고만장 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내가 상소를 올리고 직접 한양으로 올라가서 그 명나라 사신 놈을 토막 내 버릴 테요!”

원균은 손을 번쩍 쳐들었다.

김장군, 거기 나도 끼워 주시오.”

김충선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러시지요. 장군께서 합세 하신다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원균은 벌떡 일어났다.

어서 가십시다. 당장 벽제관으로 올라가서 이런 잡눔의 새끼를 요절내야 하지 않겠소? 감히 누굴 패?”

원균이 흥분하여 당장이라도 한양으로 올라갈 기세를 보이자 이제는 김충선이 달랬다.

장군, 잠시 고정하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통제사 영감이 오신 다음에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순서인줄은 알지만 내가 분하고 억울해서 견디지 못하겠소이다. 나도 이럴 지경인데 이장군이 알게 되면 얼마나 상심하시겠소.”


만일 이순신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인내할 수 없으리라. 유성룡이 누구던가. 이순신에게 있어서는 개벽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최고의 동지이자 동반자였다. 유성룡의 치욕은 바로 이순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의 모욕은 김충선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인내하기가 어렵습니다. 원장군님 말씀대로 한양으로 올라가서 내 눈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와야겠습니다. 서애 대감님도 뵙고요.”

김충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원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에 내게는 자중하라 하지 않았소? 통제사가 오신 연유에 행동하자고?”

원장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암요, 일국의 재상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놨는데......그게 정상이라 보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