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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은 재미있었나?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2" 대의의 장 7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몰래 주는 것이 뇌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리는 것은 선물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나누어 드리는 선물.”

별장의 표정이 수그러들었다.

젊은 선비가 그런 요령이 있으시다니 허, 이리 따라오시게.”

김충선은 별장을 따라서 벽제관 내부로 들어갔다. 전쟁으로 엉망이었던 곳을 임시로 보수하여 계속 명나라 사신들의 영접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안에는 작은 연못과 정자, 제법 규모 있는 동산도 꽃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다.


지금은 석식(夕食)을 끝마치시고 다과를 드실 시간이니 잠시 기다려 보시오.”

별장은 김충선을 입구에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별장은 허둥지둥 달려 나왔다.

사자가 보이지 않소?”

김충선이 당황해 하는 그를 보면서 물었다.

어디 출타하신 것입니까?”

그럴 리가 없소. 식탁에는 밥을 드시다말고 사라진 흔적이 남아 있어요.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네.”

별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병사들을 모이게 했다. 김충선은 혼란한 벽제관을 뒤로 하고 슬며시 빠져나왔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매어 두었던 말을 몰아서 오리 가량 달려오자 준사와 서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준사의 말 등에는 큼지막한 자루가 횡으로 눕혀져 있었다.




보쌈은 재미있었나?”

깨소금 맛이었습니다.”

그들 일행은 그 야음을 달려서 서애 유성룡의 저택으로 으슥한 밤에 도착하였다. 유진이 김충선을 알아보고 기쁨으로 함성까지 질렀다.

김장군 형님!”

김충선은 지난번에 헤어질 때 앞으로는 형님이라 부르라고 일렀던 말이 떠올랐다.

오래간만이구나.”

형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명량으로 이번 전세를 완전히 뒤집으신 것이지요.”

아직도 남은 일이 많구나. 아버님은?”


유진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약을 바르시고 내부 사랑채에 계십니다.”

그러면서 귓속말을 했다.

형님이 오실 거라고 했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김충선은 부하들을 대동하고 안채로 들어가서 그들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홀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유성룡은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 편안한 모습으로 있었다. 일국의 재상으로 그가 당한 모욕을 생각하자 김충선은 다시 감정이 격해졌다.

어서 앉으시게.”

유성룡은 이미 김충선이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대감, 어떠하신지요?”

어떻게 보이는가? 염려 말게. 자네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떠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