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장준환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실제 있었던 ‘대학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역사물이다. <택시운전사> 못지않은 ‘그날 있었던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이 영화를 단순한 영화가 아닌 ‘신뢰할 말한 영화’로 입소문을 타게 한 것 같다. 1987년을 실제 경험하고 살아간 세대는 ‘그날 있었던 박종철 군 물고문 치사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1987>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다. 스물두 살! 젊음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그는 물고문에 희생되었으면서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인간들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죽음이 덮일 뻔 했다.
‘책상을 턱 치니 억하며 죽었다’는 웃지 못 할 희대의 비극적인 말을 국가권력을 아무렇지도 퍼뜨렸다.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 / 박종철을 살려내라”
난무하는 최루탄 속에서도 학생과 시민들은 1987년 6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불의에 맞섰다. 왜? 그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일까?
영화 <1987>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에서 찾는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추구했던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영화 <1987>은 그려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은 또 하나의 의문사로 덮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사람들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응집력을 만들어냈다.
영화 <1987>은 권력 아래 숨죽였던 사람들의 크나큰 용기가 만들어낸 뜨거웠던 그 해, 6월 항쟁을 그려낸 용기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에게 ‘사필귀정’을 여지없이 입증한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