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귀선이 바다 속으로 잠긴다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긴장된 얼굴의 서아지와 군관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군관 한 명이 두려움에 잠긴 목소리를 꺼냈다.

장군, 귀선은 반잠수정이라서 일본 관선의 눈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지요.”

서아지가 입술을 씹었다.

그럼 방법이 있는가?”

일본 놈들을 한 놈이라도 처 죽이고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김충선이 군관에게 조용히 지시했다.

격군들을 즉각 상판으로 모이도록 하게. 한 명도 빠짐없이!”


군관은 즉시 계단으로 더듬거리면서 내려가 소리쳤다.

모두 상판으로 집합하라! 적과의 백병전에 대비한다. 장비를 점검하라!”

삽시간에 귀선의 철갑 내부의 상판에는 격군과 수병 등이 가득 들어찼다. 그들은 위기를 직감하고 있는 듯이 저마다 병장기를 움켜쥐고 불안과 초조, 공포의 시선들을 던지고 있었다.

우린 적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


 

김충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선의 상판에 모여 있던 수병과 일반 격군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귀선과 포작선을 발견한 왜적의 관선이 무섭게 쇄도해 오고 있지 않았던가.

그럼 그냥 죽는 겁니까?”

도주할 수도 없으니까.”

반잠수정인 귀선은 당연히 속도가 느렸다. 그 때문에 2대의 포작선으로 끌고 항해를 하던 중이었다. 누가 봐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김충선이 귀선의 용두를 통해서 외부의 상황을 점검했다. 철갑선의 뚜껑이 닫혀 있을 때는 귀선의 돌출 된 머리 용두 부분을 통해서만 밖을 관망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의 관선이 드디어 이십 여 장(1=3m) 쯤에 도달하고 있다. 서아지! 이때다.”

서아지가 달려가 상판으로 올라오는 계단 입구를 단단한 철판을 들어다가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상판의 한 구석에 달려있는 십자형의 나무를 양 손으로 쥐고 힘을 가했다. 서아지는 과연 장사였다. 꼼짝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십자형의 손잡이가 좌측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서아지를 주시하면서 군관이 김충선에게 물었다. 김충선의 대꾸는 매우 짧았다.

나도 모르오. 다만 귀선의 위기가 닥쳤을 때 적을 피할 수 있는 방도라고 정도령이 알려주었소.”


서아지가 돌린 십자형의 나무틀에 의해서 귀선의 가장 아랫부분인 하판의 한쪽 면이 열려지면서 바닷물이 그대로 엄습했다. 그러자 반장수정인 귀선은 바닷물의 엄습으로 인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귀선이 바다 속으로 잠긴다.”

우린 다 죽는 것인가?”

김충선이 귀선 내부의 동요에 대해서 손을 들어 제지 시켰다.

우린 한 식경(30분 내외) 정도 참아낼 수 있다. 적이 사라지기를 고대하고 그 후에 다시 바다 위로 부상한다. 만일 그 시각내로 바다위로 상승하지 못하면 숨이 막혀서 죽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