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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조선시대 절 회암사의 뒷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국립민속박물관ㆍ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공동 <대가람의 뒷간(厠)> 기획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양주시장 이성호)과 함께 2018419()부터 71()까지 양주시 회암사지박물관에서 대가람의 뒷간()’ 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회암사 뒷간(화장실)의 발굴 과정을 소개하고, 조사연구를 통해 뒷간을 재현하면서 회암사터에서 발굴된 청동 발등 식생활 유물, ‘백자 장군을 비롯한 뒷간 관련 유물, 그리고 우리 전통 뒷간 유물 등 108128점의 자료를 전시한다.  

 

회암사 뒷간의 규모와 발굴

 

고려 말 건립된 회암사는 조선에서 가장 큰 왕실절로 262칸 규모, 3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던 큰 절이었으나 임진왜란 이후 모든 건물이 불에 탔다. 그런데 회암사터(사적 제128) 발굴이 1997년부터 이루어지던 중 2005년에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절 뒷간 터와 대형석실이 발굴되었다. 석실은 남북 길이 12.8m, 동서 폭 2.2m, 깊이 3.6m의 뒷간의 지하구조이다. 회암사 뒷간은 과거 왕성했던 시기의 회암사의 크기와 절의 생활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1부 뒷간을 발견하다


 

1부에서는 회암사 뒷간 터의 발굴과 석실 지층의 토양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어 뒷간으로 밝혀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발굴 초기에는 석실의 용도를 알 수 없었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실 바닥의 토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기생충이 발견되었다. 기생충은 회충과 흡충으로, 1g당 회충 알 5~10, 흡충류 알 20개가 검출되었는데, 회충은 채소, 특히 배추가 주요감염원이며, 흡충은 민물고기가 주요감염원인 간흡충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었다. 채종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 지역은 간흡충의 5대 유행지다. 이와 함께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청동 발’, ‘백자 도자기 편등 식생활 용구를 함께 전시하여 회암사의 식생활을 소개한다.

 

2부 뒷간을 이해하다

 

2부에서는 뒷간을 사용한 사람들과 분뇨를 처리하는 유물을 통해 회암사터 뒷간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회암사를 다녀간 사람의 기록이 자주 나오는데, 왕족들과 외국 사신, 부녀자 등 여러 계층의 사람이 회암사를 방문하였고, 이곳에 머무는 승려의 규모로 볼 때 큰 규모의 뒷간이 필요하였음을 알 수 있다.


   




회암사터에서 발굴된 효령대군선덕갑인이 새겨진 범자문 수막새’, ‘명나라 청화 백자 조각’, ‘청동 비녀’, ‘청동 거울’, ‘청동 반지등 회암사를 다녀간 사람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과 매우틀’, ‘똥지게’, ‘장군’, ‘동이등의 뒷간 관련 자료를 통해 회암사 뒷간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3부 뒷간을 상상하다

 

3부에서는 회암사 뒷간을 상상해 보는 자리이다. 회암사 뒷간은 20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볼일을 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남아있는 뒷간 터와 송광사, 선암사 등 현존 절의 뒷간 건축을 토대로 회암사 뒷간을 전시장에 재현하였다. 관람객들은 회암사지 뒷간을 상상하면서 뒷간에 앉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스님의 화장실 이용수칙인 입측오주(入厠五呪)’와 뒷간을 지키는 신인 측신(廁神)의 위패를 통해 절 뒷간의 문화도 느낄 수 있다.

 

* 입측오주(入厠五呪) : 뒷간에서 외우는 다섯가지 주문으로, 이것을 외우면 뒷간 귀신인 측신(厠神)이 주문을 외운 사람을 해치지 않고,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또한, 현존하는 선암사, 송광사 등 전통사찰 뒷간의 가상현실(VR) 영상과 절 뒷간에서 벌어지는 익살스러운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인 최병환 감독의 <해우소>(2006)를 감상하고, 주변 경치를 살펴보며 절 뒷간의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회암사 뒷간을 상상해 보고 근심을 내려놓는 공간인 해우소로 불리는 절 뒷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