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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백년편지]한국광복군 반장 이월봉지사님께 -최우성-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백년편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글 형식의 글입니다.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 접수를 받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문의 : 02 -733-5027】


이월봉 지사님!

 

꽃보라 흩날리는 4월입니다. 이르는 곳마다 봄처녀들은 삼삼오오 흐드러진 봄꽃 곁에서 사진을 찍거나 연인들과의 데이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는 계절입니다만 청춘의 한 시절을 이역 땅에서 여자 광복군으로 보내야했던 지사님의 봄은 어떠셨는지요?

 

지사님께서 한국광복군 제2지대 여군반장 시절 군복 입은 모습의 흑백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끄러운 질문을 드린 듯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중국 땅에서 광복군에 지원 입대하여 뛴 세월을 굳이 계절로 말하라면 눈보라치는 겨울이 아닐는지요. 그것도 아주 혹독한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에 해당되겠지요.

당시 광복군에 속한 여군들은 여자라고해서 특수한 임무가 주어지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남자와 똑같은 일을 했지요. 토치카를 파면 같이 파고, 벽돌을 나르고, 모든 힘겨운 일을 남자와 똑같이 그대로 해냈지요

 

이월봉 지사님께서는 1976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중국 하남성에서 한국청년전시공작대원이 되어 남자들과 동일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180명의 훈련병 가운데 훈련성적은 항상 5등 이내였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지사님께서는 19399월 서안 한국청년전시공작대입대를 시작으로 1940년 서안 한국광복군 제5지대입대, 1941년 중국전시 한청반 수료, 1942년 서안 한국광복군 제2지대편입 등 인생의 청춘기를 광복군으로 보내셨습니다.

 

훈련으로 시작해서 훈련으로 끝이 나는 군생활 속에서, ‘여자니까...’라는 안이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지사님이 중국 군인을 때려눕힌 사건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1938년도 일이었지요. 그때 지사님은 중화민국대운동회에 참가하셨습니다. 이 운동회는 장개석이 장학량 군대에 감금된 뒤에 풀려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대회로 이날 경기는 요즘으로 말하면 철인 5종 경기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장애물 뛰어 넘기, 산악 달리기 등 험난한 코스를 단숨에 뛰어 넘어 산정상에 펄럭이고 있는 중국국기를 뽑아 내려와야 우승을 하는 경기였지요.

 

그때 지사님이 수많은 남성들을 제치고 산정상에 1등으로 올랐지요. 그러나 국기를 지키고 있던 중국군인이 여자가 1등으로 올라왔다고 무시하고 국기를 내주지 않는 것을 보고 지사님이 그 군인을 때려눕히고 국기를 가지고 내려와 1등상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월봉 지사님! 그 늠름한 기개는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하긴 남자 군인을 때려눕힌 것은 지사님뿐만이 아니라고하지요. 여자광복군 1호로 알려진 신정숙 지사의 경우도 남자군인을 때려눕힌 적이 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장개석 총통은 한 명의 한국 여인이 1천 명의 중국 장병보다 더 우수하다고 극찬하였다지요.

 

씩씩하고 늠름한 한국의 광복군 이월봉 지사님!

 

지사님께서는 찬란한 젊음의 황금기를 조국광복을 위해 이국땅에서 바치고 훈장도, 명예도 없이 돌아와 예순 두 살의 나이로 삶을 마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사님의 이름 석 자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자 광복군이 몇 분이 계셨는지, 해방된 고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생을 마치셨는지 등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이제부터라도 이월봉 지사님을 비롯한 여자 광복군들의 치열했던 나라사랑 정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4월의 봄꽃 보다 더 향기로웠을 지사님의 청춘을, 이제서라도 돌아보게 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고국에 바친 숭고한 지사님의 삶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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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우 성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