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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6시간의 백두산ㆍ장춘 버스이동, 국악발전 위한 토론

한국전통음악학회 일행, 슬기로운 마무리 행사

[우리문화신문=중국 장춘 김영조 기자]  한국전통음악악회 일행은 지난 6월 28일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실험종합극장에서 한ㆍ중 전통음악교류 20년 잔치를 벌였다. 연변대학교 예술학원 쪽과 함께 학술대회와 전통음악 공연을 성대하게 치른 것이다. 이후 이들은 29일 백두산에 올랐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 백두산 아래의 이도백하에서 잠을 잔 뒤 일행은 귀국하기 위해 공항이 있는 장춘으로 향했다.

 

그러나 장춘까지 버스여행은 무려 6시간,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고민의 순간 단장 서한범 회장은 “이동하는 동안 무료하게 잠만 자거나 차창 밖의 풍경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국악인이니 국악 발전을 도모하는 의견 제시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일행은 모두 흔쾌히 동의하여 유병진 인천국악관현악단 지휘자와 김병혜 전남도립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토론은 시작되었다.

 

장혜숙(순천 판소리동호회 ‘서편제 소리사랑’ 전 회장)

“저는 경련과 함께 온 심한 감기몸살로 의사가 백두산에 올라가는 것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눈앞에 두고 그냥 말 일은 아니었습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한 계단 올라 숨을 가다듬고, 또 한 계단 올라 숨을 고르고 어렵게 어렵게 올라 천지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본 천지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만일 그렇게하도 오르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습니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송효진(유아교육 에술강사)

“저는 유아들의 국악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국악교육은 아이들 특히 유아들부터 재미를 붙여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는 사물놀이만 가르쳐달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어떤 결과물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또 사물놀이만을 가르치게 되면 초등학교에 올라가서 지루해 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국악기를 이것저것 산책해보고 놀이를 통한 흥미로운 국악교육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병혜(전남도립대 교수)

“저는 판소리동호회 ‘서편제 소리사랑’이라는 일반인들의 모임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부하는 것만으로 어렸을 때부터 전공을 한 실기인들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방향설정을 올바로 해야만 하는데 이런 아마추어 교육에서는 국악인을 알아봐주고, 국악 전반에 이바지하는 두뇌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하겠습니다.”

 

 

정순임(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부가 예능보유자)

“판소리 5바탕 속에는 예의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판소리를 배우기 전에 예의를, 정신을 먼저 배워야만 합니다. 저는 요즈음 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악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국악체험에서는 가야금병창ㆍ아쟁산조ㆍ북치기 등을 배우게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그들도 판소리를 듣고 난 뒤에는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칩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기옥(송서율창ㆍ경기민요 이수자)

“저는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은 우리 겨레의 혼임을 깨닫게 해주려 합니다. 우리 겨레는 타고난 소리를 닫아놓았기 때문에 못할 뿐 이미 젖어 있어서 열어젖히기만 한다면 누구나 좋아하고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처음 소리를 배울 때는 발음을 정확히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박문규(전통가곡 명인)

“국악교육 가운데는 유치원 교육과 교사 양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교사 양성에는 제도적인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지요. 따라서 요즘 많이 발전된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하고, 자격증을 딴 뒤에는 분명히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악의 발전을 위해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국악텔레비전방송 개국입니다. 요즘 텔레비전 방송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국악텔레비전방송은 없습니다. 국악을 많은 이가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텔레비전방송의 개국은 정말 시급합니다.”

 

강향란(한국무용 장춤 명인)

“국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공연과 함께 홍보도 정말로 중요합니다. 지금 대기업들은 홍보에 많은 예산을 들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술인들이 직접 홍보까지 할 수는 없을 터, 여기 계신 ‘서편제 소리사랑’ 회원님들 같은 분들이 나서줘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저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밖에 국가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박준영 명창이 “서도소리를 배우려면 먼저 ‘관산융마’, ‘수심가’ 같은 어려운 노래들로 목을 다져놓은 것이 중요하다.”는 귀띔을 해주는 등 긴 시간  동안 일행은 평소에 염두에 두어왔던 국악발전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에 바빴다. 또 젊은 일행들은 토론 사이사이에 즐거운 노래와 율동으로 추임새를 해주어 지루하고 따분했을 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서한범 회장은 시조(時調), 송서ㆍ율창(誦書ㆍ律唱), 민요 등에 대한 보충설명을 하고 마무리를 해주어 토론이 대미를 장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플라톤의 가르침을 소개하면서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모자란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조금 모자란 외모, 내가 자만하고 있는 것 중에 절반 정도만 알아주는 명예, 겨뤄서 한 사람에겐 이기고, 두 사람에겐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듣고 청중의 절반만 손뼉을 칠 말솜씨” 등을 얘기해주어 일행들을 크게 감동하게 한 것은 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