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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보훈처는 독립운동가 공훈록에 가족관계를 밝혀라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쓴소리 (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대한 쓴소리 4회째는 ‘서훈 받은 가족관계’를 밝혀달라는 내용이다. 인터넷 국가보훈처 → 공훈전자사료관 → 독립유공자정보 → 독립유공자공훈록에 들어가 찾고자 하는 독립운동가 이름을 넣으면 해당 독립유공자의 공훈이 나온다. 예컨대 엄기선(1929-2002) 지사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공훈이 적혀있다.

 

 

일부를 소개하면,  “1938년 12월경부터 한국광복군(韓國光復軍)의 전신인 한국광복진선청년전지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戰地工作隊)의 공작대열에 오희옥(吳姬玉) 등과 함께 참가하였다. 이들은 일본군내의 한국인 병사에 대한 초모공작의 일환으로 연극이나 무용 등을 통하여 적국의 정보를 수집 보고하는 한편 대원들의 사기를 앙양시켰으며, 중국 국민들에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널리 알렸다. 이때 그는 박영준·이재현·노복선 등의 선배들과 함께 활동하였다. 그 뒤 1943년 2월경부터 중경(重慶)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전부장으로 활약하던 부친 엄항섭(嚴恒燮)을 도와 중국측 방송을 통하여 임시정부의 활동상황과 중국에서의 일본군의 만행을 동맹국과 국내 동포들에게 알렸고, 일본군 내의 한국인들과 국내 동포들에게 염전사상(厭戰思想)을 고취시켰다.(뒷줄임)”

 

 

 

위에서 보듯이 공훈록에는 엄기선 지사의 아버지가 엄항섭이라고 밝히고 있을뿐 어머니 연미당 지사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 연미당 지사 역시 출중한 독립운동가다. 특히 연미당 지사는 국가보훈처가 매달 한 분씩 선정하는 이달의 독립운동가 중 2018년 7월의 인물로 뽑힐 정도로 큰 활약을 하신 분이다.

 

엄기선 지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부부, 자매, 형제, 부자관계, 모자관계, 일가친척 등 전가족이 똘똘 뭉쳐 독립운동을 한 예가 많다. 이러한 가족관계들 간의 유기적인 독립운동 활동을 국가보훈처에서 챙겨준다면 애국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보훈처는 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여자 광복군 출신인 오광심(1977. 독립장) 지사의 경우 독립운동가 김학규의 부인이라고 적혀있지만 같은 광복군 출신인 전월순(1990.애족장) 지사의 경우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한마디도 없다. (남편 김근수 지사, 1990. 애국장) 그런가 하면 역시 광복군 출신으로 생존 애국지사인 유순희 지사 역시 남편이 독립유공자인데 언급이 없다.(남편 최시화, 1990. 애국장) 일일이 지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애국지사들이 가족관계 설명없이 혼자 단독으로 기술되어있어 안타깝다.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를 더 하겠다. 기자는 지난 19일 김봉식(1990. 애족장) 지사의 아드님과 전화통화를 했다. 김봉식(金鳳植, 1915-1969)지사는 그의 어머님으로 이름이 남자 같지만 당당한 여성광복군 출신이다. 어렵사리 연락처를 확보하여  김봉식 지사의 아드님과 통화가 되자마자 기자는 “혹시 아버님도 독립운동을?” 하고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드님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김봉식 지사의 공훈록에는 남편 황영식(1991. 애국장)에 대한 이야기가 한마디도 없다.

 

 

사실 기자는 지난 6월,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은 300명을 알기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을 펴낸바 있다. 이 사전은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지난 6월에 발간할 때는 서훈자가 299명이었으나 허은 지사를 넣어 300명을 채웠다. 책을 낼 무렵에는 아직 허은 지사는 서훈자가 아니었다.(2018년 8월 15일 서훈)

 

이 책은 ‘서훈 받은 가족’ 이라는 칸을 만들어 가족관계를 밝히고 있는데 위에 든 김봉식 지사의 경우 보훈처 기록에 남편 황영식 지사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고 기자 역시 수소문하다가 책이 나온 뒤에서야 가까스로 아드님을 찾아 전화통화를 한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김봉식 지사의 남편 황영식 지사는 19991년에 애국장을 추서 받음" 이라고 적었을 텐데 아쉽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런데 아드님과의 통화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 황영식 지사에 관한 이야기다. 황영식 지사는 가짜 독립운동가 황영석이라는 인물에게 독립유공자 자리를 빼앗긴 채 지내왔으며 아드님께서 지난 1986년부터 발 벗고 뛰어 가짜를 물리치고 아버지 황영식(1913-1969, 1991.애국장) 이름으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고 했다.

 

 

김봉식, 황영식 부부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아드님에게 듣고 있자니 얼마 전 ‘국가보훈처, 가짜 독립운동가 4명 서훈 취소(2018.9.14.)’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20년 전 김정수 등 가짜 독립운동가를 고발한 김세걸(71,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장남, 현 서울 노원구 거주) 선생의 말도 떠올랐다. "문제를 제기한 지 20여 년이 지나서야 가짜 독립운동가의 서훈을 박탈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김봉식, 황영식 부부 독립운동가의 아드님과는 별도로 10월 28일 대담 일을 잡아두었다. 아버지 황영식을 대신해 가짜 행세를 한 인물에 대한 증언은 다음 기회에 따로 쓰겠다.

 

김봉식 지사의 아드님을 찾지 못했다면 기자의 책,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57쪽 ‘김봉식 지사’ 편의 ‘서훈 받은 가족’ 칸은 영원히 빈칸으로 남았을 뻔했다. 물론 현재는 빈 칸이다. 책이 나온 뒤에 후손을 찾았기 때문이다. 혹시 재판을 찍을 때는 보완할 것이다. 만일 국가보훈처 기록에 이들이 부부로 기록되었다면 좋은 참고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독립운동가 기록을 조사하다보니 하나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그것은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 가족과 같은 혈연이거나 스승과 제자, 선후배 관계 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실을 아는 것은 한 인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국가보훈처는 이 점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있다.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세세한 것을  모두 공훈록에 밝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가족관계라도 밝혀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누구는 남편 이름을 밝히고, 누구는 안 밝히는 등의 일관성 없는 이런 기록은 해당 가족은 물론이고 독립운동가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엄기선 지사의 아버지는 엄항섭이고 어머니는 연미당인데 이들은 부부독립운동가다."

"전월순 지사의 남편은 김근수이며 이들은 부부독립운동가다."

"유순희 지사의 남편은 최시화이며 이들은 부부독립운동가다."

…….

 

왜 이러한 기술이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성의 문제이며 더나아가  공훈록 작성자들의 공부 부족일 것이다.  공훈국가보훈처에 있는 충분한 자료를 이용한다면 적어도 가족관계 정도 만큼은 '정확한 기술'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엄기선, 엄항섭, 연미당 지사가 한 가족임에도 아버지만 기록하고 어머니를 빼버린 이런 기술은  솔직히 낙제점이다. 더우기 기자처럼 '독립운동가들의 가족관계'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 부부관계, 모자 관계, 부자관계, 자매관계, 형제관계를 밝혀야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개선의 날을 기다려본다.  <다음 5회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