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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한 편의 시 같은 창극의 탄생 ‘시(詩)’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 대담하게 시(詩)를 창극으로
젊은 연출가 박지혜,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창극으로 소환하다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신(新)창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시’(詩, Poetry)를 1월 18일(금)부터 26일(토)까지 하늘극장 무대에 올린다. 2015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연출가 박지혜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대담하게 창극으로 끌어들였다. 네 명의 배우, 창극 배우 유태평양ㆍ장서윤과 연극배우 양종욱ㆍ양조아가 시를 창극으로 만드는 도전에 합류했다.

 

박지혜 연출은 국립창극단에 ‘시’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 “소리(唱)를 하는 예술가로서 창극 배우가 가진 특별한 재능과 매력을 관객에게 보여주기에 시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국립창극단의 러브콜을 받기 전, 판소리극 ‘이방인의 노래’를 연출하고 창극 ‘소녀가’에서는 드라마투르기로 참여하는 등 판소리와 창극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창극을 접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정작 소리꾼인 자신의 존재는 드러내지 못하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평생에 걸쳐 판소리를 수련한 소리꾼 배우이지만, 대부분의 창극에서는 기승전결 구조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이행하다보니 소리하는 배우로서의 매력이 반감된다는 데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 이러한 생각들은 창극 배우가 무대 위에서 소리꾼 그 스스로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극의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 또는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판소리가 아닌, 음악으로서의 판소리를 창극에서 온전히 들어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박 연출은 서사와 드라마적인 표현을 걷어내고 배우가 가진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했고, ‘시’ 자체가 창극이 되는 공연을 국립창극단에 제안했다. 판소리 사설이 운문을 담고 있다는 양식적인 면에서 음악으로서의 판소리와 텍스트로서의 시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판소리를 노래로 삼는 창극은 그래서 시도 담을 수 있다.

 

이번 창극 ‘시’에 시의 언어들을 제공한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이자,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그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그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 덕분에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박 연출은 네루다의 시 중에서도 생의 순간을 담고 있는 시들을 선택했다. 탄생에서 소멸까지 삶이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찰나를 노래한 시들이 창극과 만날 예정이다.

 

 

 

창극 ‘시’는 네루다의 시를 배우들이 몸으로 읽고 쓰는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다. 연출가ㆍ배우의 아이디어,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창극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창극 ‘시’에 들어가는 판소리의 아니리와 소리를 창극 배우들이 공동으로 만든 가운데, 음악의 공동창작 과정에 이자람과 카입이 각각 판소리와 사운드 면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소리꾼들에게 낯선 창작방식이지만, 예술가 개인의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도 의욕적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국립창극단에서 여러 작품을 소화하면서 다재다능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유태평양과 장서윤이 캐스팅되어 소리를 하는 배우만이 가진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예정. 그리고 연극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양종욱과 양조아가 창극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창극 배우의 독공과 득음만큼 연기와 움직임을 오랫동안 연마한 연극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같은 듯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창극 배우 2명과 연극배우 2명이 보여줄 듀엣ㆍ트리오ㆍ콰르텟의 다양한 연기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2019년 1월, 새로운 에너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창극 ‘시’ 관람을 권한다. 탄생ㆍ사랑ㆍ이별ㆍ죽음까지 인간의 삶에 대한 모티브를 담고 있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속 문장들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 창극 ‘시(詩)’ 줄거리

파티가 끝난 장소. 네 사람이 머물러 있다. 잠들어 있다. 네 사람이 각기 다른 속도로 깨어나고 다시 잠든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다. 어느 한 쪽이 꿈이고 어느 한 쪽이 꿈이 아닌지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 작별을 고하지만, 이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과 장소를 찾는다. 네 사람 각자가 찾아낸 것은 인간의 소유와 집착을 가져온다. 집착은 전쟁을 초래한다. 전쟁은 상실과 슬픔을 만든다. 하지만 네 사람은 슬픔의 깊숙한 곳에서 다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노래한다. 네 사람은 서로를 위로한다. 평화로운 일상이 된 것 같다. 깨어나고 다시 잠드는 것처럼 태어나고 죽는 것은 반복된다.

 

“식사, 디너 재킷, 드레스 코트, 모닝코트, 관복, 댄스, 칵테일 파티는 언제나 지옥이라네. 집이 도피처지만, 약탈자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어, 우리는 포위공격을 박차고 나가 보온병과 코냑과 책을 들고 산이나 해안으로 달아나지, 모래 위에 누워 검은 섬 수마트라와 수중 화산 크라카토아를 바라본다네, 우린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네.” - 파블로 네루다, 애덤 펜스타인의 ‘파블로 네루다’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