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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류지선의 서도소리, 청중들의 추임새로 빛나

돈화문국악당, <수어지교(水魚之交)> 류지선의 <북녘 정겨운 소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우리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 한다. 이처럼 서울 돈화문국악당과 예술가가 동행하며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수어지교(水魚之交)>는 지난 2016년 시작하여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다. 그 네 번째 공연 류지선의 <북녘 정겨운 소리>가 어제(1월 11일) 저녁 7시 30분 돈화문국악당에서 열렸다.

 

‘북녘 정겨운 소리’란 그야말로 북녘지방에서 불렸던 소리 곧 서도소리를 말한다. 류지선은 이 서도소리의 멋을 극대화시키고 서도소리의 아름다움을 청중들의 가슴 속에 선사하기 위해 공연을 꾸몄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장효선 씨의 사회로 시작된 공연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 가운데 무대에 오른 류지선은 먼저 시도시창(詩唱) ‘관산융마’를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이름을 떨쳤던 장학선 명창이 25살 때 조선일보사가 해마다 열던 전국명창대회에 평양대표로 출전하여 장원을 할 때 불렀다는 그 ‘관산융마’다.

 

 

 

특이하게도 반주는 이신애의 거문고가 맡았다. 거문고는 모든 악기의 으뜸이란 뜻으로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하여 조선시대 때는 선비들이 자신을 다스리는 방편으로 썼다는 악기인데 뜻밖에도 ‘관산융마’와는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잡가로 분류되기도 하는 ‘관산융마’는 류지선의 소리에 얹혀 마치 전통여창가곡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한다. 일반적인 서도소리에 견줘 느릿한 빠르기의 이 소리는 순간순간 청아한 음성으로 청중으로 하여금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어서 서도잡가 ‘공명가’를 힘 있는 소리로 노래하고, 서도 선소리(입창) 산타령 가운데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 을 경쾌하게 들려준다. 또 산속에서 활과 옷을 벗어던지고 돌베개에 누웠으니 솔바람 소리가 거문고 소리로 들린다는 사설의 ‘산염불’을 소리한다.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 되어 한가함을 누리는 즐거움을 맛보여준다. 그리고 류지선의 스승인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북녘 토속소리 ‘밟아소리’, ‘삼삼이소리’, 가래질소리‘가 무대를 장악한다.

 

하지만 이날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공연의 맨 마지막에 부른 서도민요 ‘슬비타령’, ‘서도뱃노래’ 등이다. 청중들은 이 흥겨운 노래들에 모두가 열띤 추임새로 화답한다. 여기저기서 마치 합창하듯 ‘잘 한다’, ‘좋다‘, ’그렇지‘가 터져 나온다. 청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흥겨운 민요도 우리 겨레가 모두 즐겨 부르는 아리랑도 아니지만 청중은 추임새로 공연자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류지선은 “공연을 끝내고 나니 뿌듯함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무래도 첫 발표회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는가 봐요. 많은 분들이 객석을 메워주고 서도뱃노래 때는 함께 추임새를 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부족한 저를 여기까지 가르쳐주신 유지숙 선생님께 엎드려 절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또 류지선의 스승 유지숙 명창은 “잘 할까 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보았는데 무사히 공연을 마쳐서 기쁜 마음이다. 물론 공연에서는 지적할 부분도 조금 보여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에 큰 손뼉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서도소리를 즐겨 듣는다는 청중 강인희(45, 목동) 씨는 “유지숙 명창이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공연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설난봉가’를 들을 수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차세대 명창이라는 류지선 씨 공연에 흠뻑 빠진 느낌이다. 역시 서도뱃노래도 우리를 흥분케 하는 신나는 노래로 나도 모르게 추임새가 튀어나왔다. 기해년 새해 겨울밤에 나는 꿈을 꾸었는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서도소리에도 재미난 노래가 많이 있는데 그런 노래들이 많이 소개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얘기했다.

 

판소리나 경기민요, 풍물굿 같은 다른 국악 장르에 견줘 덜 알려지고, 청중들의 선호도가 덜한 서도소리라지만, 이날 공연 모습으로는 그렇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추임새에 신이 난 청중들의 호응도에서, 차세대 젊은 명창의 신명난 공연 등에서 이제 서도소리도 국악의 앞자리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진 제공 :  이상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