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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역동적이면서 신비롭기까지 했던 거문고 연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서 열린 제16회 이선희 거문고 독주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은은한 달빛 아래 한 선비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거문고를 탄다. 달빛이 거문고를 타는지 거문고가 달빛에 빠졌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바로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로 잘 알려진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풍경이다. 달빛은 아니고 조명 불빛이었지만 어제 9월 1일 낮 3시에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는 제16회 이선희 거문고 독주회가 <월하탄금도>를 연상케 하는 순간을 그려주었다.

 

연주회는 맨 먼저 이선희 연주가가 거문고 앙상블 ‘라미’ 이진경, 차은선, 이아람, 고지영, 김희영 단원과 함께 이아로 작곡가의 “균열”로 막을 연다. ‘라미’의 한층 성숙해진 연주에 청중들은 아낌없는 손뼉을 친다. 이어서 이선희의 독주로 제럴드 레드몬드(Jared Redmond) 작곡가의 여백(餘白, he Space Between)이 이어진다.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청중들에게 음악 사이사이 여백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다음 연주는 이선희 작곡의 “거문고와 타악의 대화 ‘부르다’가 타악 연주가 최영진을 만나 신명을 부른다. 경기도당굿 장단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은 역동적인 타악에 거문고 가락의 성음으로 기막힌 조화로움을 엮어낸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박영란 작곡의 음악들로 이루어진 2부가 시작된다. “빛을 향해”와 “시나브로”,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Ⅱ”는 모두 이선희의 거문고에 김유나의 아쟁, 김상민의 건반, 안성욱의 드럼이 어울린 연주곡들이다. 불협화음으로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악기들의 신기한 조합은 청중들을 환상 속으로 빠뜨린다.

 

특히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잃어버린 헌짝을 찾아 기필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염원의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Ⅱ”는 거문고, 아쟁, 피아노의 처음 보는 신기한 연주기법들이 청중들을 꼼짝 못하게 마법을 부리고 있다. 자유자재로 놀리는 거문고 술대, 아쟁의 활과 함께 건반이 아닌 피아노 뚜껑을 열고 현에 직접 연주하는 박영란 작곡자의 색다른 연주기법으로 공연장이 들썩거린다.

 

 

 

뭔가 불협화음을 이뤘다가 금세 아름다운 화음으로 변신하고 깊은 심연 속에서 폐부를 뚫고 나오는 거문고의 아우성과 흐느끼듯 앙탈하듯 신비로운 아쟁의 속삭임, 현란한 드럼의 역동성은 그야말로 국악과 서양악기의 조화로운 호흡 속에서 청중들은 한바탕 꿈을 꾸게 한다.

 

그리고 손뼉을 치는 청중들의 아우성을 견디다 못해 재청곡으로 연주한 진도아리랑은 마지막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거문고 연주가 이선희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을 지내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거문고 수석과 악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거문고앙상블 이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겸임교수, 거문고 앙상블 ‘라미’ 대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지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벌써 16번째의 독주회로 청중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안양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정다연(32, 교사) 씨는 “이선희 씨의 거문고 연주가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 그에게서 정말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온몸을 던져 거문고를 희롱하는 모습에 나는 한없이 빠져 들어가고 말았다. 역동적이고도 신비롭기도 한 연주, 다른 악기 특히 피아노, 드럼과 어울린 화음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청중들은 모두가 창작음악인데도 지루하거나 어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음악 속 속에 저절로 침잠되고 말았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거문고 음악, 그것도 새롭게 작곡된 창작음악들이 청중들을 매료시킬 수 있음이 증명된 공연이었다.

 

                                                                                                           사진제공 민경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