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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유지숙 명창, 잊힌 서도소리 복원하다

한국문화의집, “유지숙의 복원 서도 관산융마와 긴소리”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추강이 적막어룡냉하니

인재서풍중선루를

매화만국청모적이요

도죽잔년수백구를...“

 

쉽게 들을 수 없는 이 소리는 서도시창(西道詩唱) <관산융마>의 시작 부분이다. 시창(詩唱)은 시를 창으로 부른다는 뜻으로 서도시창에는 <관산융마>가 유일하다. 동정호 악양루에 오른 두보를 상상하며 두보의 입장에서 전란에 휩싸인 나라의 불행과 두보의 불우한 처지, 그리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영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의 시를 소리하는 것이다.

 

 

 

유지숙 명창은 기교를 요하는 이 <관산융마>를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담담하게 부른다. 어제 9월 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코우스)에서는 사단법인 향두계놀이보존회 주최ㆍ주관으로 “유지숙의 복원 서도 관산융마와 긴소리” 공연이 있었다.

 

서한범 전통음악학회 회장(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은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이날 공연의 의의에 대해 말한다. “오늘 공연하는 소리들 가운데 일부는 나도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그만큼 듣기 어려운 소리들로 늘 새로운 것을 공부하여 세상에 들려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유지숙 명창만의 귀한 소리를 오늘 들을 수 있습니다. 스승에게 직접 배울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음원을 찾아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늘 무대에서 그 결과를 선보이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복원한 음원들은 정부에서 사들여 그 맥이 끊이지 않게 지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듣던 난봉가, 산염불, 수심가 같은 소리들과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청중들도 민요에서 흔히 느끼는 그 어떤 흥보다는 진지함 속에서 들을 수밖에 없다. 특히 <관산융마>는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가 함께 한 것이 일품이다. 소리와 피리가 주고받음 속에서 깊이 마음을 교감하는 느낌을 청중들은 자연스레 느꼈을 것이다.

 

유지숙 명창은 <봉황곡>, <제전>, <화용도>, <패성가> 등을 자신의 장구 장단에 맞춰 불렀다. 이 가운데 <제전>의 앞부분은 그동안 불리지 않았던 것을 이번에 모두 완벽하게 불렀다. 유지숙 명창은 이번 준비 과정에서 <화용도>가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는 후일담을 얘기했다. 곧 <화용도>는 남도 판소리 적벽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내용인데 판소리에서 아니리로 푸는 대목에선 남도조의 선율이 살짝살짝 들어가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이다.

 

 

 

 

이후 공연은 장효선의 장구 장단에 맞춘 유춘랑의 <초로인생>, 유지숙 명창의 장단에 맞춘 장효선, 김유리, 류지선, 전소현, 김초아의 <향산록>, 장효선의 장단에 맞춘 오현승, 이서현, 김경숙, 성제선, 박영주, 최윤영, 윤종혜, 이미숙, 김유리, 류지선, 전소현, 김초아의 <초한가>도 객석을 휘감는다.

 

공연 뒤 유지숙 명창은 말했다. “서도에 좌창으로 남아 있던 소리 중에서 기본적으로 현재 불리고 있는 공명가나 초한가 같은 곡들 말고도 수많은 곡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동안 거의 잊혀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복원한 소리들은 사설이 심오한 사연을 담고 있고, 기술적 시김새를 더 깊이 담고 있는 것들로 앞으로 많이 듣게 되고 청중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공연은 복원 서도소리의 맛을 우선 보여주는 수준이고 더욱 갈고 닦아서 내년 무대에서는 좀더 깊은 소리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서 온 한정란(54) 씨는 “그동안 서도소리를 제법 들었다고 자부했지만 오늘 들은 소리들은 대부분 처음 듣는 것들이어서 신선했다. 어렵게 공부하고 갈고 닦아서 우리에게 서도소리의 진면목을 알게 해주는 유지숙 명창이 존경스럽다. 내년 공연을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된다.”라고 감격해 했다.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 우리는 끊임없이 정진하는 한 명창에게서 국악의 미래를 보았다. 아직은 복원 서도소리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이날 참석한 관중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복원 서도소리를 처음 들었다는 자부심에 흥분이 가시지 않는 표정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