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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제례의 절차와 내용을 시각화한 병풍

《종묘향의도병(宗廟享儀圖屛)》과 《태상향의도병(太常享儀圖屛)》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유물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유교를 국교로 한 조선왕조에서 종묘와 사직 등에서 행해지는 국가제사(祭祀)는 가장 중요한 국가 의례였습니다. 그렇기에 조선 왕실은 제사를 준비하고 예법에 맞게 의례를 행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조선후기 문예군주로 널리 알려진 정조는 재위 기간 중 제례와 관련된 법식과 제도를 정비하고 바로잡는데 힘썼습니다. 정조는 “내가 밤낮없이 잊지 못하고 염려하는 것은 오직 사전[祀典, 제사를 지내는 예법]에 대한 것이다. 사전은 곧 선조를 받드는 일 가운데 한 가지인데 어찌 감히 털끝만큼이라도 미진함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예법에 맞는 제례 의식의 수행을 강조했습니다.

 

정조에게 제수 품목의 준비와 조리에서 상차림[陳設]에 이르는 과정을 하급 실무자인 전복(典僕)들의 구전(口傳)에 맡긴 당시의 상황은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을 넘어 업신여기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조는 제례의 장소에 늘 펼쳐 두고 실무자들이 보며 익힐 수 있는 그림 병풍의 제작을 명하였습니다.

 

 

정조의 생부인 사도세자의 신주를 모신 경모궁 제향(祭享)과 관련한 <경모궁향의도병(景慕宮享儀圖屛)>의 제작이 나라 제례를 시각화한 병풍 제작의 시발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종묘와 사직의 향사(享祀) 관련 그림 병풍이 제작되었지요. 또한, 정조는 국가제사를 담당하는 부서인 봉상시(奉常寺, 또는 태상-太常)에 제물에 쓸 기장을 파종하고 김매며 수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제기의 진열과 술항아리의 차례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붙인 그림 병풍 <태상향의도병>의 제작을 명했습니다.

 

후대 임금들은 정조 대의 선례를 따라 당대의 변화상을 반영하여 제례의 절차와 내용을 시각화 한 그림 병풍을 다시 제작하였습니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고종 때 제작된 종묘(宗廟)에서 행하는 제향(祭享)의 절차와 내용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병풍인 《종묘향의도병(宗廟享儀圖屛)》과 헌종 대에 봉상시에서 다시 만든《태상향의도병(太常享儀圖屛)》이 각각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宗廟親祭規制圖說屛風)》, 《제례의궤도병풍(祭禮儀軌圖屛風)》이란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병풍은 제례의 준비에서 진행, 각종 제품과 제물의 조리와 진설, 의례를 행하기 위한 배치와 절차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실의 가장 중요한 행사였던 국가 제례의 제반 내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라 하겠습니다.

 

                                                                                       손명희 (유물과학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