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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초록으로 물든 양평 사나사(遮那寺)를 찾아서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 한국의 산하에는 역사의 현장에서 흥망을 거듭했던 절들이 많다.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산속에 있는 절들이지만 격동기에는 어김없이 그 현장에서 전란의 바람과 우뢰를 피하지 못했다. 오늘은 서울에서 가까운 양평의 사나사(遮那寺)를 찾아 본다.

 

사나사는 경기도 북부지역에 있는 본찰 봉선사 말사로 그 창건연대는 923년이며 창건주는 대경스님으로 전해오고 있다. 창건주인 대경스님은 제자 융천과 함께 삼층석탑을 조성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삼층 석탑이 대경스님이 조성한 것인지는 자세하지 않다.

 

현재 절에 있는 삼층석탑은 전체적으로는 신라석탑의 전통을 이었지만 규모가 작고, 탑의 상륜부도 변형된 형태이다. 그 이유가 전란으로 없어진 상륜부를 부분적으로 보완해서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신라의 전형인 불국사 석가탑의 모습과 비례와 구성(2층기단, 3개층의 석탑)이 거의 비슷하며, 다만 그 크기만 작은 편이다.

 

사나사라는 절 이름은 매우 익숙하지 않은 특이한 이름인데, 이는 불교의 한 부처님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부처님의 이름은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분은 이 세상에 오신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그리고 화엄경의 주인으로 추앙받는 법신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또 한분은 노사나불(盧舍那佛)인데 양평의 사나사(遮那寺)는 노사나불을 주불로 모신 절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노사나불'은 삼신불의 하나로 범망경 화엄경의 주불인데 이 부처님은 무량공덕을 완성하고  끝없는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사나사는 923년 창건된 이래 고려말 공민왕때(1367)에 태고 보우스님이 중창하였다. 그러나 임진, 정유란때 모두 불 타 버렸다. 양란이 수습된 이후 숙종 24년(1698), 본래 절터에 덕조스님이 소규모로 재건하였다. 그러나 근근히 이어가던 절은 또다시 국란의 시대를 맞이한 조선말 1907년 쓰러져가는 나라를 되찾겠다고 나선 조선의병과 일제의 앞잡이가 된 관군의 충돌로 모두가 불타버리고 말았다.  이후 1909년 혜훈스님이 중창주가 되어 대방 15칸을 지었고 1937년 주지 맹현우 스님이 법당인 광명전과 조사전을 지었다.

 

사나사 절 안에는 고승의 승탑이 있는데, 고려말 고승 태고 보우스님의 원증국사탑이다. 이탑은 1386년 세워진 것으로 원증국사는 당대 최고의 스님으로, 그의 승탑은 북한산성에 있는 태고사에도 있다. 기자가 본 의견으로는 북한산성 태고사에 원증국사의 사리를 대부분 모시고, 그 일부를 이곳 사나사에 모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승탑의 규모와 품격이 너무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옛 스님들의 사리탑을 답사해본 바, 고승들의 사리탑은 2~3곳에 분반하여 모신 예가 많이 있다. 이는 사리의 주인인 스님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곳에 조금씩이라도 분반하여 그 자취를 남기고자 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뜻하지 않게 고려말 고승 태고 보우국사의 승탑을 만나니 당시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의 삶이 눈앞에 스쳐간다.

 

푸르른 신록의 계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밖으로 나서기 망설여지는 때지만, 큰 마음 먹고 봄향기를 찾아서 사나사에 들러보니 아름다운 자연의 향기를 느끼면서도, 아픈 역사의 상처들을 보지 않을 수없었다. 인간의 역사에 전쟁이 없는 영원한 평화란 있을 수 없을 것이지만, 사나사가 앞으로 언젠가 또 다시 전란에 휩쓸리지 말고 오늘의 모습이나마 길이 전해지길 빌어본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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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