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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30년 동안 기록한 이 땅의 작은 학교, 분교들

류가헌 10주년 기념 초대전, 강재훈 사진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
결국 승복이 혼자 학교에 남았다 책보를 옆에 든 모습 그대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2020년 펴낸 강재훈의 사진집 《들꽃 피는 학교, 분교》는 이 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통폐합되거나 폐교돼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 동상 혼자만 남은 전국 수천여 개의 작은 학교, 분교(分校)들의 모습이다.

 

쓸쓸한 전문(前文)과는 달리, 책 속에는 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기록한 이 땅 분교들의 ‘아름다운 시절’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밀양 사자평의 작은 학교 ‘고사리학교’부터 국토 최남단의 마라도 ‘마라분교’까지,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거나 개울 징검다리를 건너 학교에 가는 등굣길 아이들부터 어린 동생을 옆에 두고 ‘형학년’ ‘동생학년’으로 나뉘어 공부하는 교실, 사방이 산과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로 둘러싸인 운동장, 그리고 마을잔치처럼 흥성하던 가을운동회까지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린 아릿한 풍경들이다.

 

 

한겨레신문 사진부장을 지내고 한겨레신문 사진부문 선임기자로 2020년 4월 30일 정년퇴임한 사진가 강재훈이 분교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해는 1991년. 1982년부터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작은 학교들이 폐교되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마음을 쓰지 못했다. 작은 시골 학교에 다녔던 어릴 적 추억이, 언론사의 사진기자로 재직 중이던 강재훈을 분교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소박하고 정겨운 교실 모습을 기록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으로 담아내려 했다. 학생 한 명인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달려갔고, 혼자 입학하는 어린이를 만나러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산골도서 벽지를 찾아다녔다. 그러는 동안에도 분교들은 쉼 없이 사라져갔고, 결국 2019년에 정부 정책이 바뀌기까지 6천여 개의 학교가 폐교되었다.

 

분교들이 사라져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기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8년 《분교/들꽃 피는 학교》, 2006년 《산골분교 운동회》, 2009년 《산골분교》 등 사진집을 펴내고 전시를 지속했다. 일과 작업 사이를 오가는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어느덧 사진기자라는 호칭과 나란히 ‘분교 사진가’라는 수식이 덧대어졌다.

 

연출하지 않고 찍은 자연스럽고 정겨운 그의 사진들은 단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분교를 환기해 주는 데 머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쓰임’으로도 작동했다. 전시와 책과 언론 기사를 통해 꾸준히 ‘작은학교 살리기’에 관여함으로써,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일부를 개정해내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작은 분교들의 폐교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워낼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나와 분교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제각각의 이름에 어울리는 꽃과 나무로 성장해있기를 소망한다.” 사진가의 말이다.

 

강재훈 사진가는 1986년 서울 알파와 오메가 화랑에서 강재훈 사진전 <산과 들에서>를 시작으로 2019년 서울 갤러리 일백헌에서 강재훈 사진전 <숨>까지 12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한국사진기자협회 선정 「2000년 올해의 사진기자상」, 2007년 제43회 대한민국 보도사진전 우수상 수상, 2010년 제46회 대한민국 보도사진전 생활스토리부문 최우수상 수상, 2015년 한국사진기자협회 선정 이달의보도사진상 “포추레이트”부문 최우수상 수상 등 많은 수상경력을 가진 사진작가다.

 

오는 6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30년 분교 사진의 고갱이를 가려 뽑은 강재훈 사진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가 류가헌에서 열린다. 올해로 개관 10돌을 맞은 류가헌의 초대전이자, 사진집과 산문집이 분권 된 채로 2권 한 세트인 동명의 사진집이 함께 펴내 의미를 더한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