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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승려들, 고대 일본 문명 일으켰다

이윤옥 박사의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 서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 여행을 간 사람 치고 오사카, 교토, 나라가 들어간 경로를 빼놓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곳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수도인 도쿄에 견주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국제도시 도쿄에서 맛볼 수 없는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 나라, 교토는 일본의 천년 고도(故都)였던 만큼 불교 유적이 유달리 많다.

 

그렇다면 그 도시들을 빛내고 있는 일본의 불교 유입은 언제, 어디서부터였을까? 이윤옥 박사의 새책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의 시작은 이 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이윤옥 박사(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는 일본 사료들에만 남아 있는 고대 한국 승려들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들의 활동을 이 책에 총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720년에 나온 《일본서기》를 시작으로 1702년의 《본조고승전》까지 약 1,000여 년의 시간 동안 간행된 일본의 각종 사료들에서 고대 한국 승려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가를 추적하여 그들의 활약상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1장 ‘일본불교의 뿌리 남도 6종과 고대 한국승’ 에서는 신라승 심상과 고구려승 혜관이 각각 화엄종과 삼론종의 종조로 활약한 사실을 소개했으며, 2장 ‘민중과 국가 불교의 접목’에서는 민중불교의 보살행을 실천한 백제계 행기의 사상과 업적을 다뤘다. 이어 일본 의 승강제도(僧綱制度, 절의 관리와 운영을 맡는 직책에 대한 제도)를 정비한 백제승 관륵, 나라불교의 중심 절인 동대사의 초대 주지를 역임한 백제계 양변 등을 다루고 있다.

 

 

 

또, 3장 ‘영험력을 통한 불법 전수’에서는 반야심경을 독송하는데 입에서 광채가 나온 백제승 의각, 법력으로 환자를 치료한 백제 출신 비구니승 법명과 치료승들, 일본 성실종의 시조이면서 기우제로 이름을 날린 백제승 도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4장 ‘선진문화 전파의 선구적 역할’에서는 고구려승 담징이 그린 법륭사 금당벽화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일본세기》를 지은 고구려승 도현과 우지교를 건설한 고구려승 도등 등의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2부 ‘일본의 천년고찰과 고대 한국 승려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한국 승려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절이나 사적지를 저자가 직접 찾아다니면 쓴 현장 기록이자 답사기다. 이 책은 여기서 멋진 대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그저 사료 속의 고대 한국 승려들을 살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토대로 실제 그 현장을 찾아가 확인하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화룡점정(畫龍點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불교의 주춧돌을 다지는 데 이바지한 고구려, 백제, 신라 출신 고대 한국 승려들을 외면하고 지냈다. 그러나 일본의 문명 발달에 한국 승려들이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했는지 이제는 확인하고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일본에서의 삶과 활약상, 의미 등은 무엇인지를 조명한 이 책을 통해 1,700년 한국불교의 자긍심을 느껴보면 좋을 일이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

부제: 일본 사서에 나타난 고구려, 백제, 신라 승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윤옥 지음, 운주사, 값 22,000원

 

 

 

고대 일본 속 한국승려들의 뛰어난 활약상 알리고 싶었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 저자 이윤옥 박사

 

 

- 어떻게 고대 일본 속을 누빈 한국 승려들에 관심을 두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나?

 

“올해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지 만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일본의 사서(史書)를 많이 접하면서 하나의 의문이 생겼는데 그것은 사서 속에 등장하는 고구려, 백제, 신라 출신 고승의 이름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서기》(720)만 해도 성덕태자의 스승이었던 고구려 혜자, 혜관 스님을 비롯하여 백제의 관륵, 혜총 스님 등 숱한 스님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사서뿐이 아니라 일본 설화집인 《일본영이기》(8세기) 같은 책에도 역시 고대 한국 승려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이러한 사료를 접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는 멸망했지만, 일본 문헌에 생생히 살아 이는 이들의 활약상을 꼭 정리해보고 싶었다.”

 

- 한국 기록이 아니라 일본 쪽의 기록인데 그것들을 찾는데 애로사항은 없었나?

 

“애로사항이 매우 많았다. 《일본서기》 같은 책은 한국어번역본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을 집필하는데 필요한 사료들은 거의 원서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책을 구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현대일본어로 뒤쳐 있지(번역) 않은 《본조고승전》(1702) 같은 경우는 해석도 어려워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적어도 8세기 이전의 불교는 오늘날 말하는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종교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포함한 그 무엇’이었다. 병을 고치는 치료사, 천체의 운행을 아는 역술(曆術)사, 학식을 갖춘 문화전달자, 황실의 스승 역할을 한 맡은 국사(國師)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 승려였다. 이러한 승려들은 한국의 경우 당나라 또는 천축(인도) 유학을 최고로 쳤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미국 유학인 셈이다.

 

반면 한국인 승려가 일본으로 공부하러 경우는 없었으며 일본으로 건너갈 때는 거의 불법(佛法) 전수가 목적이었다. 이렇게 일본땅에 건너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승려들은 《일본서기》(720)부터 《본조고승전》(1702)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서, 설화집, 불교책 등에 꾸준히 그 이름을 남기고 있었지만 주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 그동안은 이 책과 같은 저서가 왜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답을 하기 전에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의 근대 학문은 메이지(1868) 이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메이지 정부는 ‘폐불훼석(廢佛毁釋)’ 정책을 썼다. 말하자면 분서갱유처럼 불교를 폐하고 자신들 고유의 ‘신도(神道)’를 받들라는 것이었기에 불교를 학문으로 대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황국사관에 빠져있는 일본의 분위기에서 고대 한국 불교나 승려의 역할 따위를 깊이 연구할 틈이 없었다. 한국의 경우는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에 이어 일제침략기에 불교 탄압 등을 거치면서 고대 한국이 일본에 불교를 전수하여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게 한 사실을 알 기회를 놓쳐버렸다. 늦었지만 고대 한국 승려들이 세운 일본불교의 실상을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