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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기후위기, 이산화탄소 줄여야 하지만

코로나보다 위험한 기후 위기 (1)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4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0년 11월 9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는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글로벌 청년 기후 챌린지타운 홀 미팅’이 열렸다. (필자 주: 회의 제목에 영어 단어가 무려 5개나 들어간다. 개탄할 현상이다.)

 

반기문 총장은 강연에서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심해질수록 전염병은 더욱 창궐하게 될 것이며 기후 위기의 영향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는 중요한 문명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라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공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위주의 생활 방식에서 환경친화적인 생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고는 시기적절하며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떨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 감염 위기는 머지않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하기로는 지금부터 1년 뒤인 2021년 말까지는 전 인류에게 백신이 공급되어 마스크를 벗어버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탓에 초래된 기후 위기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기후 위기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염려된다. 그 까닭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우리가 추구하는 “잘 살고 싶은 욕망”은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이 잘 산다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는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석탄이나 석유 또는 가스를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서 움직이는 자동차에서도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도시가스를 이용하여 요리할 때에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두메 마을에서 나뭇가지를 태워서 음식을 만들 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피울 때도, 담배를 피울 때도 이산화탄소는 발생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 토굴에서 하루 한 끼 생식하며 열심히 참선에 몰두하고 있는 수행자가 숨 쉴 때에도 이산화탄소는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라는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원인자는 모든 인류라고 말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동물은 호흡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꾸준히 발생하며, 모든 동물과 식물은 주검이 되어 썩을 때도 느린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C + O2 → CO2

연료 산소 이산화탄소

 

18세기 산업화 이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 (우리가 익숙한 퍼센트로 표현하면 0.028%에 해당함)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석탄을 연료로 대량 소비하고 이어서 19세기 후반부터 석유를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19년에는 410ppm까지 올라갔다. 산업화 이후 2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14도에서 15도로 1도 상승했다. 1도 상승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차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얼음으로 덮였던 가장 최근 빙하 시대의 지구 평균 기온은 10도에 불과하였으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오른다는 것은 매우 큰 폭의 상승을 의미한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변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자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과 재배지가 경북지방에서 점점 북상하여 내가 사는 강원도 평창에서도 사과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또 전라남도 지방에서 잘 자라던 배롱나무가 이제는 경기도에서도 정원수로 환영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벚꽃이 피는 날짜가 점점 빨라져서 4월 5일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구를 더워지게 만드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암모니아 등의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부르는데, 대기 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2도 이상으로 오르고, 기후 위기가 인류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기후 위기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UN을 통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서 이른바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로 1~3위 국가인 중국, 미국, 인도를 포함하여 195개 국가가 이 협약에 서명해서 2016년 11월에 기후협약은 발효가 되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이 국제 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려는 방안들을 담았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마자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은 2021년 1월에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파리 협약에의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에 전 세계 국가들이 파리 협약에서 선언적인 합의를 끌어냈음에도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대책을 실천할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우선 온실가스 총량이 가장 많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행동할지가 의문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것은 지금까지 추구하던 경제성장을 늦추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제 막 중진국으로 들어선 중국이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하여 자국의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려고 할까? 후진국을 탈피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인도는 경제성장을 늦추려고 할까?

 

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인구가 많아서 (2019년 현재 14.3억 명) 총량이 많다는 것이지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중국은 미국의 1/2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제3위를 차지하는 인도 역시 인구가 많아서 (2019년 현재 13.6억 명) 그렇지 국민은 아직도 가난하며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미국의 1/8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들 인구 대국의 대표들이 국제회의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자국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킨 뒤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너희(선진국)는 현재 부자로 잘살지 않느냐? 우리도 너희만큼 잘살게 되면 그때부터 똑같은 책임을 지겠다”라는 주장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리고 아시아의 경제발전 후진국들은 모두 중국 대표의 발언을 적극 지지하며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사실 공정성의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주장이 일리가 있으며 반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이제 중진국을 지나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선진국 대열에 서서 더욱 많은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 이후의 경제 정책으로서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지난 7월에 발표했다. 이름에는 그린(green)이라는 멋진 단어가 들어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내용은 없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환경단체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에서 ‘그린’이 빠졌다고 지적을 하였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를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과 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같게 하여 순수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필자가 보기에 탄소중립 선언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염려된다. 경제계 인사들은 탄소중립을 환영하지 않는다. 자칫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 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반기문 총장이 제시한 대로 “성장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공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해법을 풀어서 말하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생활을 하자”는 뜻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검소하게 살자, 또는 자발적으로 가난하게 살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은 “부자로 잘살고 싶다”라는 인간의 욕망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위기에는 백신이라는 좋은 해법이 있지만, 기후 위기에는 적당한 해법을 찾기 어럽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가 코로나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주: 이 주제는 3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