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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원자력 판도라의 상자, 인류 파멸로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군국주의 일본을 항복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원자폭탄과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은 원리가 똑같다. 우라늄이라는 방사성 물질을 붕괴시키면 막대한 양의 열이 나온다. 우라늄을 천천히 붕괴시켜 열을 조금씩 이용하면 원자력 발전이 되고, 빠르게 붕괴시켜 엄청난 열을 한꺼번에 방출시키면 원자폭탄이 된다.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방사능을 방출하므로 위험하다. 방사능은 강력한 전자파로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숙제 거리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두 종류로 분류한다. 첫째는 중저준위(中低準位) 폐기물이라고 부르는데, 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약해서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원전 안에서 인부들이 사용한 장갑, 집게, 걸레, 차폐복, 폐필터 등이 중저준위 폐기물로서 방사성 폐기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에서는 경주 근처 지하에 방사능폐기장을 건설하여 2015년부터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하기 시작하였다. 경주 방사능폐기장은 적어도 300년 동안 안전하게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경주에 방사능폐기장을 만들기로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9년 경북 영덕에 최초로 핵폐기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의 반대로 백지화되었다. 1990년에 충남 안면도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자 안면도 주민들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거의 폭동에 가까운 시위가 일어나자 정부에서는 안면도를 후보지에서 뺐다. 그 뒤 경기도 인천시에 속하는 덕적도 근처 작은 섬인 굴업도(주민은 모두 10여 명에 불과)를 후보지로 지정하였는데, 인천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하였다. 그 후 정밀한 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굴업도는 후보지에서 뺐다.

 

1997년에 원자력위원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를 공모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는 2003년에 신문 공고를 통하여 유치신청을 공모하였다. 이때 내건 혜택은 3,000억 원의 현금 지원과 여러 가지의 직접 간접적인 지원책이었다. 공모 마감 하루 전인 7월 14일 전북 부안군의 군수와 군의회의장이 부안군에 속한 작은 섬인 위도를 입지로 제공하겠다는 유치신청서를 접수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부안읍에서는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과격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환경단체가 주도한 촛불시위가 계속되자 정부에서는 위도를 포기하고 2004년에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를 재공모하였다. 그러나 신청지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대책을 숙고한 끝에 경제적 혜택을 대폭 늘려서 재공모를 하였다. 재공모를 하면서 민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주민투표 결과 찬성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를 선정한다는 원칙을 발표하였다. 최종적으로 2005년에 군산, 포항, 영덕을 제치고 경주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입지로 선정되었다.

 

주민투표 결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은 바둑으로 비유하면 묘수(?)였다. 돈의 위력은 엄청났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방사능 피해보다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인 혜택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금권, 관권 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지자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3,000억 현금지원과 2조 원 간접지원”이라는 엄청난 혜택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애향심을 발휘하여 주민들은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주민 89.5% 찬성율로 최고를 기록한 경주시가 방사성폐기장 부지로 확정되었다.

 

두 번째 방사능 폐기물은 고준위(高準位) 폐기물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방출되는 방사능이 강해서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준위 폐기물은 두 종류가 있다. 우라늄 연료는 이용한 뒤 4년이 지나면 우라늄의 농도가 약해져서 더는 연료로 쓰지 못하게 된다.

 

사용이 끝난 우라늄 연료봉을 ‘사용후 핵연료’라고 부르는데, 강한 방사능을 방출하면서 고온(약 800도)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종류는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세슘, 스트론튬, 제논, 풀루토늄 등 여러 가지 방사능 물질을 말한다. 이들은 방출하는 방사능이 강해서 조심스럽게 보관해야 한다. 고준위 폐기물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이 플루토늄이다.

 

풀루토늄은 재처리하면 원자폭탄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다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보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가장 길다. 플루토늄은 24,000년이 지나야 방사능이 1/2로 줄어든다. 인체에 해롭지 않을 수준으로 방사능이 감소되려면 10만 년이 지나야 하므로 플루토늄은 최소 10만 년 동안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고준위 폐기물의 보관 문제는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나라에서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미완의 과제다. 과학자들은 고준위 폐기물을 ‘남극 빙하 밑에 버리자“, ”해저에 묻어 버리자“, ”외계에 쏘아 보내자“는 등의 여러 가지 기발한 제안을 하고 있지만, 각각의 제안은 위험성이 따른다. 고준위 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저장소를 결정한 나라는 아직도 없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믿기지 않겠지만 현재는 임시 저장소를 만들어서 고준위 폐기물을 임시로 쌓아두고만 있을 뿐이다. 원자로에서 막 꺼낸 고준위 폐기물은 매우 뜨거운 상태이다. 고준위 폐기물은 800도나 되는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꺼내면 붕소를 탄 수조(습식저장시설)에 담가 식혀야 한다.

 

식히지 않으면 열이 누적되어 온도가 1,800도 이상으로 올라가 고준위 폐기물을 담은 용기가 녹아내려 내용물이 누출된다.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는 지진으로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이 끊겨서 일어났다.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자 원자로 자체가 녹아내려 화재가 발생하고 고준위 폐기물이 누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로에서 꺼낸 뜨거운 고준위폐기물은 충분히 식힌 뒤에 두꺼운 상자에 담아 지하 500m 암반에 깊이 묻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폐기물은 각각의 원전에 딸린 습식저장시설에서 6년 정도 식힌 뒤 월성에만 있는 건식저장시설(맥스터)로 옮겨서 보관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에서는 공기로 고준위폐기물을 식히면서 영구적인 보관시설을 만들기 전까지 임시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2016년에 확정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8년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2035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영구적으로 보관할 시설은 2042년에 착공하여 2052년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장기적인 고준위폐기물 관리 계획을 보면서 필자는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면서 만든 핵폐기물 문제를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고 아들, 손자 세대에게 떠맡긴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지 않은가? 일본의 반핵운동가이자 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는 2011년에 출판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책에서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없이 건설한 원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비유하였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된다.

 

정치권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두고 여야 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21년 2월에 출판된 빌 게이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두고도 혼란스러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시장 선거에 야당 후보로 나선 오세훈 후보는 “빌 게이츠는 원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맞선 여당의 박영선 후보는 “빌 게이츠는 원전 예찬론자가 아니다”라고 다르게 주장하였다. 누구 말이 맞는가?

 

Jtbc에서 사실확인 한 바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원전을 찬성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까지는 아니어도 정확하지 않은 뉴스며 듣는 사람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기후 변화를 완화할 방법으로서 원전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원전으로는 안 되고 혁신적인 차세대 원전(예를 들면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론하면서 “원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라고 못 박는다. 이런 문제를 무시하고 원전을 계속 짓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차세대 원전’을 만들자는 것이 빌 게이츠의 주장이다. 궁금한 독자는 아래 주소에서 빌 게이츠의 주장을 확인하기 바란다.

 

▶ 빌 게이츠의 주장 확인하기 :

 

인류학 교수인 일본인 사사키 다카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25k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집을 떠나라는 정부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2년 동안 원전 사고에 관한 글을 써서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라는 제목의 책을 2013년에 펴냈다.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원자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래, 인류는 늘 파멸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상자를 서둘러 닫고, 이후에는 절대로 열 수 없도록 봉인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한 것인가?”

 

원전을 판도라의 상자로 비유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4개의 판도라 상자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나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방사성폐기물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는데도, 우리는 안전하고 확실한 방사성 폐기물 대책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현세대는 후손에게 미루지 말고 판도라 상자를 빨리 닫고 봉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