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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록나다/들키다, 최용기

뽀록나다/들키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들 가운데 언뜻 보아서 그 말이 우리말인지 아니면 외국말에서 온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말들이 있다. 그것은 외국말이 우리말에 들어와서는 우리 문법에 따라 녹아들어 쓰이기 때문이다. 가령 ‘패스하다’, ‘스마트하다’, ‘커트되다’, ‘다운되다’ 따위는 영어의 형용사나 동사에 우리말의 접미사 ‘-하다’나 ‘-되다’가 합쳐서 된 말이다. 이러한 말들이 비교적 최근에 결합한 말이라면 그것이 쉽게 외래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오래 전에 우리말에 유입된 말들은 그 구조를 알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처럼 느껴지는 말 중에 ‘뽀록나다’는 언뜻 보기에 고유어처럼 보이지만 ‘뽀록’은 일본어 ‘보로’[ぼろ(襤褸)]에서 온 말인데, 이 말은 기본적으로 ‘넝마’, ‘누더기’의 뜻이나 지금은 ‘허술한 것’, ‘결점’ 따위의 뜻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 말이 우리말에서는 “감춘 것이 드러나다,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처럼 쓰이고 있으므로 ‘들통나다’, ‘드러나다’, ‘들키다’처럼 고쳐 쓰면 좋겠다. 이러한 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예컨대 ‘사바사바하다·담합하다’, ‘닥상이다’, ‘비까번쩍하다’ 따위도 ‘짬짜미하다’, ‘제격이다, 충분하다’, ‘번쩍번쩍하다’로 바꿔 써야 할 말들이다. 이들이 언뜻 보기에 순수 고유어처럼 인식되는 것은 오래 전에 우리말에 유입되어 국어 낱말과 결합하여 우리말처럼 행세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 말밑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들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이처럼 그 출처가 밝혀진 말들은 더 굳어지기 전에 바꿔써 버릇해야 오염을 덜 수 있을 터이다. 최용기/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