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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름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

고운 한글이름은 개인, 단체 개성을 돋보이게 해 벌써 10 수년전쯤 지난 일이다. 나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가 보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오더니 갑자기 뾰루퉁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아버지 내 이름은 왜 한글이름이어요? 이상하다고 아이들이 놀리잖아요."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 아이들에게 이름으로 상받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그 뒤로는 우리 아이의 입에서는 다신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집안에는 족보가 있어서 나는 한자 돌림자를 이름 중에 가지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이름 중에 한자 돌림자를 써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자손이 많이 퍼진 가문을 보면 사촌간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오며, 전화번호부에 보면 동명이인이 많게는 수백 명에서 수십 명씩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젠 한자로의 돌림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한글로 짓게 되었다. 큰 아이는 "아름 솔", 작은 아이는 "으뜸 솔"이다. 한자 대신에 순 우리말 '솔'자로 돌림자를 대신했다. '솔'자는 우리말사전에 보면 다음과 같이 좋은 뜻을 가진 낱말들이 나온다. 1. 소나무, 우리 조상들이 소나무 외에는 모두 잡목으로 여겼으며, 궁궐을 짓는데는 꼭 소나무를 썼다. 사철 푸른 나무로 절개를 상징한다. 2. 먼지나 때를 쓸어 떨어뜨리거나 닦아내는 것. 3. 솔기, 옷을 만들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4. 활을 쏴서 맞추는 무명 따위로 만든 과녁. 5. 고려 때 동궁(왕세자)의 시위를 맡은 관청의 으뜸 벼슬. 따라서 절개가 있는 재목, 다른 사람들의 더러움을 닦아주는 사람, 서로 다른 사람·이념을 봉합시킬 수 있는 중재자, 목표점(본보기)이 되는 사람, 지도력이 있는 사람 등의 뜻을 동시에 지닌 아주 좋은 낱말이라 생각하여 돌림자로 결정했다. 그리고 큰 아이는 마음이 아름답고, 속이 한 아름 만큼의 넓은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아름'을, 작은 아이는 매사에 으뜸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로 "으뜸"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는 1996년 제17회 서울대학교 '고운 이름 자랑하기' 대회에서 가족이름으로 버금상(2등)을 받았다. 그 뒤 그림옷(T셔츠)에 이름을 새겨서 입혔는데 시장 등에 데리고 가면 인기가 집중했다. 우리는 잘 몰라도 아이들의 이름을 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 갔을 때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름을 기억하고, 예뻐해주었다. 지금은 우리말 이름이 많아졌지만 그 때만 해도 생소했던 것이다. 또, 내가 운영하는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의 이름은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이다. 80년대 후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대표적인 노래인데 소나무, 즉 선구자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는 노래이다. 처음 문을 열 때 온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는데 아내가 이 이름을 제안하게 되었다. 온 식구 만장일치로 박수를 쳤다. 점포 주변을 지나는 젊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는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기억되고, 뜻도 좋으며, 추구하는 목표를 잘 드러낸다고 칭찬들을 했다. 물론 상호가 길어서 간판을 만들 때나 홍보물을 만들 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기억되고, 의미를 잘 드러낼 수만 있다면 좋은 이름이 아닐까?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름을 지을 때 성과 이름의 소리 어울림을 고민하지 않아 이상한 이름이 되거나 너무 흔한 한 낱말로 이름을 지어 의미가 퇴색해버린 경우도 있다. 부모가 자식들의 이름을 지을 때 여러모로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문(高生文), 방귀례(方貴禮), 이분례(李糞禮:분자는 사람의 변을 뜻함), 팽소주' 등의 놀림을 받을만한 이름이 되어 자식이 일생 원망하며 살면 안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짓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한글 이름을 쓴 사람들이 많다. 특수학교 선생님 한 분은 "이 하얀언더기", 성까지 한글로 고친 "밝 한샘"선생님, 성과 이름을 멋있게 연결한 "배 우리"선생님, 유명한 관현악단 지휘자인 "금 난새"선생님, 한글운동을 온몸으로 하시는 "이 대로"선생님 등은 뜻도 아름답고 소리도 예쁜 훌륭한 이름들이다. 한글 이름하면 떠오르는 사람, 한국땅이름학회장 "배우리" 선생의 책 <고운 이름 한글 이름>을 토대로 고운 한글 이름을 짓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1. 뜻이 좋은 말을 쓴다. 당연한 말이며, 누구나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2. 소리가 고운 말을 고르고, 성과 아름답게 어울려야 한다. 뜻만 좋다고 좋은 이름이 될 수 없다.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