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책에 낱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우리 말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말이라 해도 `죽은 말'과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죽은 말이 아니라 해도 `묻힌 말'이 되기 쉽고 오래지 않아 낱말책에서조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집지기는 받은 물건을 땅에 내던졌다 ..
<제공의 이야기 (3),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1997)>
`집지기'라는 말은 "집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 수위(守衛)
│ (1) 지키어 호위함
│ (2) 관청,학교,공장,회사에서 경비를 맡아봄. 그런 일을 맡은 사람
├ 경비(警備)
│ (1) 도난,재난,침략을 걱정하여 사고가 나지 않게 미리 살피고 지
│ 키는 일
│ (2) = 경비원
└ 경비원(警備員) : 경비 임무를 맡은 사람
우리가 살아가는 남녘에서 집을 지키는 사람을 `집지기'라 쓰는 일을 거의 만나지 못합니다. 드문드문 북녘 책에서 만날 수 있을 뿐. 하지만 남녘 낱말책 몇 군데에는 `집지기'가 실려 있습니다.
`집지기'라 할 때 `집'은 살림집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면 두루 `집'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게를 가리켜 `집'이라고도 해서 `밥집, 술집, 옷집'을 말하니까요. 드나드는 문 앞에서 지키는 사람은 문지기요, 집 안팎에서 두루 집을 지키는 사람은 집지기라고 가리키며 쓰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4336(2003).2.11.불.ㅎㄲㅅㄱ
최종규 / 말글운동가("함께살기-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나눔터'에서 퍼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