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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양파', 먹는 '양파'

[한의학으로 풀어보는 음식이야기 3]

[그린경제=지명순 교수]  십년쯤 전인가 '양파'라는 이름을 가진 귀여운 여가수가 텔레비전에서 야무지게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네 하면서 웃었다. 내가 아는 양파는 자장소스에, 서양식 스프에, 돼지고기 볶음에, 된장찌개에 쓰이는 식재료가 전부인데 가수의 이름도 될 수 있다니! 그 이후로 '양파'는 식재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는 것이 머리에 새겨졌다.  

식재료로서의 양파는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기원전 3,000년경의 고대 이집트 무덤 벽화에는 피라미드를 쌓는 노동자에게 마늘과 양파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고,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7~8세기부터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양파의 원산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중해 연안이나 서아시아라 생각되며, 우리나라에 양파가 전해진 경로와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조선 말엽쯤으로 추측된다. 

   
 
양파는 날것 맵지만 익으면 달콤한 맛이 나며,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 주고 요리에 매우 폭넓게 쓸 수 있으므로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살균작용과 살충작용이 탁월하고 오염이 없는 깨끗한 녹색채소로서 북미·유럽에서는 '채소의 여왕'이라 불린다. 중국 사람들의 심장병 발병률은 기름진 음식을 비슷하게 많이 먹는 미국 사람들에 견주어 10배나 낮은데, 그 까닭은 미국보다 중국 사람들이 음식에 양파를 훨씬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양파 특유의 매운맛과 향은 유화알릴이라는 물질 탓이다. 유화알릴은 소화액 분비를 도와서 소화작용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비타민 C와 결합하여 알릴티아민으로 변해 비타민 B1의 흡수를 돕는다. 따라서 비타민 B1이 모자라 생기는 피로, 식욕부진, 불면, 정신불안, 정력 감퇴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유화알릴은 혈액의 응고를 늦추는 기능이 있어서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양파를 가리켜 "호총(胡蔥)이라 부른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배를 따뜻하게 하여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곡식을 소화시켜 식욕을 돋우며 살충작용을 하고 오장의 기운을 순환시킨다."고 하였다.  

민간에서는 감기를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골다공증에 매우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어깨 결림에는 양파즙, 생강즙, 된장을 잘 섞어서 환부에 붙이고, 근육통에는 양파, , 생강의 양을 똑같은 비율로 섞어서 간 즙에 밀가루를 넣어 반죽한 것을 붙인다. 신경통과 피로에는 저녁식사 때 생양파를 먹으면 효과가 있고 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양파에는 크게 백색, 황색, 자주색의 세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것은 거의 전부가 황색 양파고 그 외 자주색 양파 한 종류만이 유통되고 있다. 백색 양파는 주로 북미 지역에 많다고 한다. 황색 양파는 껍질 색이 짙고 잘 말랐으며 투명한 광택이 있어야 한다. 또한 들어 보아 무겁고 단단하고 꼭지가 말라 있는 것이 좋다. 백색 양파와 자주색 양파는 무겁고 변색되지 않은 것이 좋다.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은 피한다. 

보통 양파는 육류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앨 때, 수프나 스튜의 감칠맛을 낼 때 주로 사용되며, 특히 음식의 부재료로서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 

양파의 매운맛을 내는 유화알릴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생으로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어서 먹을 때는 소금으로 살짝 절여 물에 씻거나 소금물에 담가두면 톡 쏘는 강한 향과 매운 맛이 줄어들어 먹기에 좋다. 일반적으로 양파는 꿀과 함께 요리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시장엘 가니, 잎이 시퍼렇게 붙은 햇양파가 좌판에 앉아 초여름 볕을 쬐고 있었다. 최근 양파의 활동이 뜸한 것 같아 아쉽다. 양파 철에 그녀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