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윤지영 기자] “일본 위키피디어에 국위선양은 어떻게 나와 있을까. ‘億兆安撫國威宣揚の御宸翰とは, 明治元年3月14日(1868年 4月6日), 五箇條の御誓文の宣言に際して明治天皇が臣下に賜ったことば’라고 풀어놓았다. 번역하면 신하들은 천황을 도와 국가를 지키고 황국신민을 있게 한 시조신(皇祖神靈)을 위로하여 일본을 만세일계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국위선양’의 골자다. 곧, 국위선양이란 일본을 세계만방에 알리자는 뜻이며 이 말을 계속 쓴다면 우리들이 메이지 시대의 신민임을 자처하는 꼴이다.”
우리는 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국위선양을 했다고 흥분한다. 그러나 이 말은 명치정부 곧 일본을 세계에 알린다는 말로 우리가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표준국어대사전≫은 불태워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2010년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 인물과사상사≫를 펴내 주목을 받은 한일문화어울림연구 이윤옥 소장이 다시 ≪오염된 국어사전, 인물과사상사≫으로 국립국어원에 선전포고를 하고 위처럼 그 예로 "국위선양"을 들고 있다.
▲ <오염된 국어사전>, 이윤옥, 인물과사상사
이 소장은 “국위선양” 뿐이 아니라 “국민의례”란 말도 그 유래를 알면 기겁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각종 기념 행사에 하는 “국민의례”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례”라는 말 자체는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은 고발한다. 구체적으로 국민의례란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를 뜻하는 말로,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자발적으로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협력할 것을 표명한 바 있는 일본 기독교단이 출정군인, 상이군인, 전몰군인 및 유가족과 대동아전쟁 완수를 위해 행한 기미가요 연주, 묵념 따위를 뜻한다.”라고 말이다. 문제는 그런 말을 제대로 지적해주지 못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책은 “이순신 장군이 일본 천황을 위해 ‘멸사봉공’했다고?”, “앵무(잉꼬)는 그냥 앵무새일 뿐 부부 금실과는 무관한데 사이좋은 부부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다.”, “동장군은 일본 사전을 베끼다 말아...”와 같은 제목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이란 정부의 국어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이 국민의 많은 혈세를 써서 만든 대한민국 말글생활의 바탕이 되는 국어사전이다. 그런데 그 ≪표준국어대사전≫은 올림말(등재)을 뽑을 때도 맛깔스러운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니라 하여 모조리 빼버리고, 대신 일본식 한자말을 마구 집어넣어 어지럽게 만들더니 올림말 가운데 일본어를 제대로 가려 알려주어야 함에도 슬그머니 넘어가는 태도로 누더기 사전을 만들었다고 지은이는 개탄한다.
이밖에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쓰던 “장황”이라는 말을 쫓아내고 대신 주인자리를 차지한 일본말 “표구”, 금강초롱에 붙인 초대 조선 통감 이름인 하나부사를 가르키는 ‘화방초’, 일본 말 의붓자식밑씻개에서 온 ‘며느리밑씻개’ 같은 말들도 자세한 그 유래와 함께 부실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을 지적하고 있다.
개화기의 국어학자로, 우리말과 한글의 전문적 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으로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큰 이바지를 한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른다.”고 했다. 모국어에 대한 분명한 정책이 나라의 발전에 주춧돌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올해로 해방 68주년을 맞이하지만 과거 쓰라린 시기에 조선인 길들이기에 사용되던 말을 포함한 수많은 일본말들이 우리 언어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를 바로 잡아주어야 국립국어원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있다. 하루속히 우리말글의 뿌리가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독도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우리 겨레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 일본의 나쁜 흔적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인가?
일본왕을 위한 <멸사봉공>을 쓰다니 분통 터지는 일
▲ 지은이 이윤옥
- 어떻게 국어대사전 속의 일본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됐나? “나는 일본어를 35년 이상 공부하면서 현장에서 가르쳐왔다. 그 과정에서 일본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리말 공부가 필수임을 깨달았다. 특히 우리말과 일본어를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본말이 우리말 속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됐고, 이를 추적하다가 2010년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를 펴냈고 이후로도 더욱 정진하게 되었다.” - 이렇게 많은 일본말이 그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까지 들어온 까닭은 무엇일까? “일제강점기 습관적으로 쓰던 일본말은 해방 뒤 걸러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은데다가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 조차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뤘다. 이후 간간이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국립국어원의 복지부동 때문에 골이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 책을 내면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들어 있는 일본말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민족자존심에 걸린 말들이다. 일제강점기에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가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 등 명치정부를 섬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국민의례>란 말을 무심코 쓰는 것과 명치정부를 세계에 알리자는 <국위선양>, 일본 천황을 위한 <멸사봉공>, 조선인 길들이기에 쓰던 <서정쇄신> 과 같은 말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이 아무런 설명을 안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말들은 정말 우리가 배알이 있다면 절대 쓸 수 없는 말들이 아니던가?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나서서 국립국어원의 각성과 함께 올바른 ≪표준국어대사전≫이 새롭게 출간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 그런데 이런 연구를 하면서 혹시 국립국어원에 ≪표준국어대사전≫ 개정판을 내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나? “있었다. 《사쿠라 훈민정음》출간 시에 국립국어원장에게 편지를 써서 국어사전의 문제점을 간곡히 호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예산 타령이었다. 국어사전을 바로 잡는 일에 예산 타령이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본다. 또한 당장 시급한 일로 ≪표준국어대사전≫ 의 인터넷 질문방인 ‘온라인가나다’ 문제를 지적했다. ‘온라인가나다’에는 일본말의 유래를 묻는 질문이 많은데 거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저자가 자원봉사라도 해서 이러한 질문에 답하게 해달라고 제안 해본 적이 있지만 묵살 당했다. 그래서 직접 국민에게 호소할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된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일본말 찌꺼기 시리즈 3번째로 ≪조선왕조실록≫ 번역본에 스며들어간 일본말들을 가려낼 계획이다. 역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오른 것으로 우리의 자존심 아니던가. 그런 훌륭한 문화유산을 번역하면서 일본말로 더럽혀서는 안 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