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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73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누르하치를 비롯한 김충선과 일패공주, 패륵왕자의 시선이 깜찍하면서도 도발적인 홍타이시에게 집중 되었다. 홍타이시는 입을 삐죽거렸다.

이러다가 깜깜한 밤중이 되겠어. 그럼, 정말로 독수리 사냥 구경을 할 수 없는 것이잖아. 난 강궁으로 독수리를 사냥하는 광경을 보고 싶단 말이야. 그건 정말 흥미 있는 구경거리니까 난 꼭 보고 말테야.”

후금의 칸이 될 누르하치는 어린 왕자에 대하여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래, 무릇 장부란 뜻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 법이지. 우리 멀리 조선에서 오신 귀하신 손님의 재간을 감상 하도록 하자꾸나.”

일이 커진 느낌이었다. 이제는 누르하치가 참관하게 되니 김충선으로서는 더 이상의 궁색한 변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누르하치가 성공 했다면 나 역시 성공할 것이다!’

김충선은 스스로 다짐하였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충선의 손에 들려있는 칸의 강궁으로 모아졌다. 특히 누르하치를 졸라서 이 자리에 데려 온 홍타이시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 거리면서 김충선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

!”

김충선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황금색 화살의 시위를 귀 밑까지 힘껏 당겼다. 푸르스름한 창공이 눈부셨다. 햇살을 가르며 독수리의 비행이 저 멀리서 한 눈에 들어왔다. 모든 사냥의 근본에는 힘과 기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호흡이 중요하다.

제발......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일패공주는 김충선의 명중을 기원하고 있었다. 패륵왕자도 이 순간에는 긴장이 되는지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김충선은 쉽게 화살을 발사하지 않았다. 이 하나의 화살에 조선의 명운이 걸려 있지 않은가. 신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지금이야!”

참다못한 홍타이시가 소리쳤고, 김충선은 무섭게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고오

보통의 화살과는 다른 기이한 음향이 고막을 때렸다. 강궁의 강력한 탄력에 활을 쥔 김충선의 손목이 부르르 떨렸다. 홍타이시의 눈길이 무섭게 바빴다. 김충선의 강궁에서 쏘아진 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

어린 왕자 홍타이시의 목청이 탄성으로 울려 퍼졌다. 조총에 이어서 강궁으로도 하늘을 선회하는 맹조류 독수리를 명중시킨 것이다. 독수리가 포물선을 그으면서 추락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홍타이시가 깡충깡충 뛰었다.

정말 독수리를 멋지게 해치웠다.”

이번에는 그가 직접 독수리가 떨어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급히 경호원들이 홍타이시를 따라 달렸다. 일패공주는 내심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모험이었기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던 것이다.

훌륭한 솜씨입니다.”

패륵왕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여진의 칸 누르하치는 표정이 별로 밝지 않았다. 그것이 김충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예감이 좋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