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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73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그가 성공하였습니다.”

일패공주는 흥분을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칸을 향해 말했다. 누르하치는 단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패륵이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환하게 웃었다.

대단한 감동이었소.”

김충선은 겸허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옵니다. 만족을 드려서.”

그러자 불쑥 누르하치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가늘게 찢어진 눈이 더 사납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충선이 황급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소신이 불민하여 칸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니 널리 용서해 주시옵소서. 아량을 베푸시어 어리석은 소신에게 혜안을 내려주소서.”

일패공주는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절대 김충선이 잘못한 것이 없지 않은가. 칸의 노여움은 대관절 어디서 비롯되었단 말인가. 애가 탔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누르하치의 피를 이어받은 여진의 공주다웠다.

당신은 여전히 아둔하군요. 아버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소. 난 나의 실수를 모르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나의 실수를 지적해 주시오.”

일패공주는 살짝 부친의 눈치를 살피었다. 그러나 누르하치는 어떤 표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앞장서서 걸어갔다.

칸은 대망을 꿈꾸고 게시는 분입니다.”

누르하치의 대망이란 무엇일까? 김충선과 이순신이 꿈꾸는 개벽과는 또 다른 원대한 야망일 것이다. 그것과 지금의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김충선은 궁금했다.

칸의 꿈에 혹시나 소신이...... 티끌만도 못한 소신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니겠지요?”

그 순간에 누르하치의 걸음걸이가 멈춰졌다. 싸늘한 한기가 김충선의 뒷골을 훑고 지나갔다. 마치 벼랑 끝의 칼끝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돌린 누르하치의 시선이 김충선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고 지나갔다.

맞다.”

맞다? 란 말의 의미를 오래 새기지 않아도 모골이 송연한 김충선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빗나간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니 짚이는 것이 있었다.

독수리를 명중시키지 말아야 했었다!’

김충선의 정수리에서부터 땀이 송알송알 솟아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미간에 파르르 힘줄을 돋아나게 만들었다.

조선의 장수라고 했지? 이순신의 막역한 가신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일본을 배신한 조총의 달인이라고?”

누르하치의 음성이 기이할 정도로 냉정하게 김충선에게 엄습했다. 예감은 여전히 불길하게 닥쳐왔다.

보고 올린 그대로입니다.”

김충선 대신 고개를 조아린 일패공주의 목소리도 은은히 떨리고 있었다. 누르하치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바로 싸늘한 명령이 떨어졌다.

저 자를 당장 죽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