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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75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그 순간에 일패공주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손끝에서 파르르 경기가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간절한 눈빛으로 누르하치를 올려다보았다.

그 어인 명령이시옵니까?”

살려둘 수 없다고 말하였다.”

아바마마?”

조선을 모르느냐? 네가,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느냐? 금방이라도 망할 듯 망할듯하면서도 다시 불꽃처럼 파랗게, 놀랍도록 시퍼렇게 살아나는 것이 저들이다. 그들 민족의 뿌리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도록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내분으로 다툼이 왕성하다가도 외부의 세력이 준동하게 되면 또 다시 하나가 되어 무서운 저항을 벌리는 것이 저들이다.”

소녀가 왜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저 자는 이제 조선인이다.” 

누르하치는 김충선을 손가락질 하였다. 그렇지만 김충선은 어떤 변명도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침묵하였고, 이것이 유일한 방도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였다. 누르하치의 목적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조선인 김충선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했다.

정확히 아뢴다면 그는 조일인이지요.”

조선과 일본을 조국으로 둔 위인이란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난 사전에 우리의 가장 막강한 적으로 남을 조선 장수를 응징하고자 하는 것이다. 날 가로막을 생각은 하지마라.”

누르하치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그는 김충선의 무의 경지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차 조선과 대적 했을 경우 김충선의 무공에 두려움을 지니게 된 것이다.

누가 아바마마를 감히 거슬리겠나이까? 하지만 그는 이순신장군의 사신으로 온 자 이옵니다.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온 장수를 무공이 출중하다하여 제거하게 된다면 여진의 영웅이며 칸의 보좌에 오르신 아바마마의 명성에 누가 될까 두려운 것입니다.”

짐이 두려운 것은 결코 저 자의 무공만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김충선의 안색이 약간 변하였다. 일패공주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하오시면......?”

그가 지니고 있는 무서울 정도의 배포와 두려움 없는 의기(義氣)이다. 그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다. 난 놈에게서 제 2의 이순신을 보았다.”

이순신은 고금을 통하여 가장 훌륭한 명장이다. 무릇 명장이란 용맹한 무력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맹장(猛將)이지 명장(名將)이 아니다. 지략을 지니고 있으며 지혜로운 학문이 바탕 되어야 하는 것이다. 본래 이순신은 무과에 급제하기 전에는 학문을 수양하는 선비였었다.

!’ 하고 일패공주는 탄식을 토해냈다. 누르하치는 거침이 없었다.

저 자가 우리의 적이 되니, 응당 후환을 제거해야함이 마땅하다. 당장 목을 베어라!”

그때까지 인내하던 김충선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칸이시여, 소신이 천 리 먼 길을 달려온 연유를 모르신단 말이옵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일패가 어찌 그런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겠느냐? 그대는 이순신과 더불어 대업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더냐?”

틀렸사옵니다.”